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소(NPP) 방화문의 내화 성능 저하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 논문이 2026년 9월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다. 러시아 연구진인 알렉세이 V. 타라센코(Alexey V. Tarasenko), 아나톨리 G. 레카(Anatoliy G. Reka), A. A. 칼류티크(A. A. Kalyutik)는 원전 건물 내 방화문의 지진 취약성을 고장 모드 및 영향 분석(FMEA) 기법으로 검토하고, 그 결과를 학술지 『Sejsmostojkoe stroitelʹstvo. Bezopasnostʹ sooruženij』 2026년 4호(pp. 50–64)에 발표했다. 논문 DOI는 10.37153/2618-9283-2026-4-50-64이다.

지진 후 방화문 성능 저하 조건과 원전 적용 가능성

해당 논문에 따르면, 지진은 화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원전 안전에 복합적 위협이 된다. 현대 원전은 방화문, 방화댐퍼 등 내화 방벽을 통해 화재 구획을 분리하고 안전 계통 간 화재 전파를 차단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지진 충격으로 이러한 방벽이 기능을 상실할 경우, 다수의 안전 계통이 동시에 화재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연구의 출발점이다.

연구진은 역사적 사례와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화문 성능 저하가 실제로 관측된 조건을 규명했다. 분석 결과, 방화문 고장의 대부분은 해당 건물의 층간변위비(interstory drift)가 0.5%를 초과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레닌그라드 원전 2호기(Leningrad NPP-2) UKD 건물에 대한 전산유체역학(CFD) 모델링 결과를 활용해 실제 원전 환경에서 이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을 검토했다.

같은 논문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원전 건물 대부분은 지진 시 층간변위비가 0.5%를 초과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에 따라 안전 관련 기기를 수용하는 대부분의 원전 건물은 지진 후에도 방화문의 내화 성능이 크게 저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연구진은 오히려 방화문 고장의 주된 원인이 지진 자체가 아니라, 문을 잘못된 위치(열린 상태)로 방치하는 인적 오류에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결론에서 원전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PSA)에서 지진 후 화재 분석을 수행할 때, 방화문의 지진 고장으로 인한 화재 구획 재평가나 화재 전파 경로 재산정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방화댐퍼가 닫히지 않는 경우 등 다른 화재 전파 경로에 대해서는 별도의 추가 분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방화문·방화댐퍼 업계에 주는 시사점

이번 연구는 국내 방화문 및 방화댐퍼 업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 고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및 한국산업표준 KS F 4510(방화문)에 따라 방화문의 내화 성능이 규정되어 있으나, 지진 하중 이후의 성능 유지 여부에 대한 국내 기준은 아직 명시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러시아 연구진의 분석은 층간변위비 0.5%라는 구체적 임계값을 제시함으로써, 내진 설계와 방화 성능을 통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논거를 제공한다. 특히 원전뿐 아니라 고층 건축물, 데이터센터, 병원 등 화재 구획의 연속성이 중요한 시설에서 방화문의 내진 성능 검증 필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 방화댐퍼의 경우 지진 후 미폐쇄 문제가 별도 분석 대상으로 지목된 만큼, 관련 제품의 내진 성능 기준 마련과 실증 시험 체계 구축이 업계 차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출처: Sejsmostojkoe stroitelʹstvo. Bezopasnostʹ sooruženij, 셔터뉴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