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샌드위치 패널 시장이 120억 달러에서 2034년 220억 달러로 급성장하는 가운데, 유럽·북미·한국의 화재 안전 규제 체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권인구 KCL 실화재센터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손바닥만 한 자재 단품 시험을 넘어 실물 화재 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 패널 시장 2조 원… 2021년 이후 ‘준불연 대전환’ 가속

권인구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실화재센터장은 지난 5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화재에 안전한 산업현장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국 샌드위치 패널 시장의 급격한 구조 변화를 데이터로 조명했다.

2025년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샌드위치 패널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순수 자재 가격 기준 1조 7천억 원)에 달한다. 자재별 시장 점유율은 그라스울 등 무기질 재료가 44%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준불연 성능을 확보한 유기질 EPS가 30%, 우레탄(PIR 등)이 11%로 뒤를 잇고 있다.

주목할 점은 2021년 건축법 강화 이후 시장의 80% 이상이 준불연 이상의 고성능 단열재 위주로 급격히 재편됐다는 것이다. 권 센터장은 “불과 4~5년 사이에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업계가 단기간에 정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대대적인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을 단행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패널 시장 220억 달러 전망… 아시아 연평균 9% 고속 성장

세계 시장도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권 센터장이 제시한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샌드위치 패널 시장 규모는 현재 120억 달러에서 2034년 220억 달러로 연평균 9% 이상의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블루칩 산업이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신선식품 콜드체인망 구축, 대형 냉동창고 증설, 고집적 데이터센터 건립 등 특수 목적형 패널 수요가 급증한 것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별 연평균 성장률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9% 이상으로 가장 높고, 북미 8.2%, 유럽 3.9% 순이다.

권 센터장은 “데이터센터와 콜드체인 시설은 24시간 가동되는 고위험 시설인 만큼, 시장 성장과 함께 화재 안전 규제의 고도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7단계 등급에 ‘불연 강제’… 북미는 스프링클러·보험으로 통제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유럽과 북미의 화재 안전 규제 패러다임이 정반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유럽연합(EU)은 2017년 영국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를 계기로 고층·공공·다중이용시설에 A1, A2 등급의 무기질 불연 자재(시장 비중 56%) 사용을 법으로 엄격히 강제하고 있다. 한국의 3단계 등급(불연·준불연·난연)과 달리 유럽은 화재 기여도에 따라 7단계 등급 체계로 세분화하여 관리한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기후 정책에 따른 에너지 효율 강화로, 불연 성능과 고단열 성능을 동시에 충족하는 ‘하이브리드형 복합 자재’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정반대 구조다. PIR, EPS 등 유기질 단열재의 시장 비중이 80~90%에 달한다. 자재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성능 위주의 종합 화재 리스크 관리 체계’를 확립한 것이다. 대용량 스프링클러 설비 의무화, 철저한 방화구획 분할, FM(Factory Mutual) 및 UL 인증과 연동된 차별화된 화재 보험 요율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권 센터장은 “유기질이더라도 소방 인프라와 보험 제도로 리스크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면 시장 진입을 적극 허용하는 합리적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물 화재 평가’로 전환하고 용도별 맞춤 규제 설계해야

권 센터장은 한국형 화재 안전 정책의 방향으로 세 가지 핵심 제안을 내놓았다.

첫째, 시험실에서 손바닥만 한 자재 단품의 연소성만 테스트하는 소규모 시험법을 탈피하고, 실제 화재와 동일하게 벽체·지붕 시스템 전체에 화염을 방사하는 ‘실물 화재 평가(Real-scale Fire Test)’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는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이나 특수 지붕재의 실물 화재를 검증할 시험 인프라와 기준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둘째, 품질인정제도의 사후 관리를 단순 서류·행정 점검에서 ‘기술 중심의 무작위 수거 검증’ 체계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정심사원들의 기술적 숙련도를 높이고, 현장에 유통되는 자재를 무작위로 수거해 실질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모든 자재에 일률적인 불연 규제를 적용하지 말고 건물 용도·상주 인원·적재물 특성에 맞춘 ‘맞춤형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리튬 배터리 시설의 경우 단순 내화 구조 기준을 넘어 하중, 피난 동선, 소방 용수 공급 능력을 총체적으로 검토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발표는 한국의 화재 안전 규제가 자재 성분 중심의 획일적 접근에서 벗어나, 실물 성능과 용도별 위험도를 기반으로 한 선진적 체계로 도약해야 한다는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