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 온도가 400~500℃를 넘는 순간 인장 강도는 50~70% 수준으로 급감하고, 소방수를 머금은 단열재의 하중 폭증이 겹치면 건물 전체가 단 수초 만에 무너져 내린다. 이경구 한국강구조학회 부회장은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의 포렌식 분석을 토대로 산업현장 화재의 ‘보이지 않는 2차 참사’ 위험을 경고했다.
마우나리조트 붕괴 ‘3대 원인’… 화재 현장에 그대로 대입된다
이경구 한국강구조학회 부회장(단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은 지난 5월 13일 국회의원회관 토론회에서, 자신이 검찰 측 합동 감정인으로 참여했던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의 포렌식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산업현장 화재의 구조적 위험을 경고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당시 대형 붕괴의 원인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폭설로 설계 기준(50kg/㎡)을 훨씬 초과한 114kg/㎡의 눈이 쌓였고, 실제 구조물은 습설 무게 65kg/㎡ 부근에서 붕괴가 시작됐다. 둘째, KS 인증을 받지 않은 규격 미달 강재(중국산 추정)가 시공되어 인장 강도가 정상 기준의 70~90% 수준에 불과했다. 셋째, 설계상 1m 간격으로 볼트를 박아야 했으나 현장 작업자들이 단가 절감을 위해 볼트를 하나씩 건너뛰며 시공해 결속력이 치명적으로 약화됐다.
이 교수는 “결속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상부 하중이 가해지자 패널이 탈락하고, 2차 부재인 중도리가 비틀리며 무너지는 ‘좌굴(Buckling)’ 현상이 발생해 대보와 기둥이 연쇄 붕괴했다”고 설명했다.
소방수가 스펀지처럼… 단열재 흡수 하중이 ‘붕괴 트리거’ 당긴다
이 교수는 마우나리조트의 붕괴 메커니즘이 화재 현장에서 동일하게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핵심은 소방수 흡수에 따른 하중 폭증이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방사된 수천 리터의 소방 용수가 샌드위치 패널 내부의 단열재에 흡수되면, 지붕과 외벽의 자체 무게(자중)가 급격히 늘어난다. 마우나리조트 사례에서 확인된 것처럼 단위면적당 하중이 임계점인 60~65kg/㎡를 넘어서는 순간 하부 구조에 치명적인 부하가 걸리게 된다.
여기에 고온 노출에 따른 강재의 물성 저하가 겹친다. 이 교수는 “아무리 두꺼운 내화 뿜칠을 했더라도 지속적인 화염 노출로 강재 내부 온도가 400~500℃를 넘으면, 하중을 버티는 인장 강도가 50~70% 수준으로 대폭 저하된다”고 밝혔다. 더 위험한 것은 구조물의 처짐을 방지하는 ‘강성(Stiffness)’으로, 이는 화재 초기 단계인 100℃만 넘어도 즉시 떨어지기 시작한다.
“전조 증상 없이 수초 만에 무너져”… 소방관·잔류 인원 몰살 위험
이 교수가 공개한 구조 공학적 정밀 해석 시뮬레이션 데이터는 참석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상부 하중 폭증과 하부 철골 부재의 강도 저하가 결합하여 구조물의 지지 한계점인 ‘트리거(Trigger)’가 당겨지는 순간, 건물 전체가 완전히 연쇄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3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불길이 잡혔다고 판단해 소방관들이 내부 진입을 시도하거나, 대피 인원이 건물 안에 잔류하고 있을 때,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지붕 전체가 단 수초 만에 무너져 내려 하부에 있는 인명을 몰살시키는 2차 참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건축 설계 시 소방수 흡수에 따른 하중 증가 계수와 고온 강도 저감률을 반드시 사전에 설계에 반영해야 하며, 시공 과정에서 연결재(스크루 볼트)의 결속 디테일을 엄격히 감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산업현장 화재가 단순히 ‘불을 끄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물 자체의 연쇄 붕괴라는 보이지 않는 2차 참사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합 재난임을 환기시켰다. 소방 진압 전략에도 구조 공학적 판단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