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에 설치하는 피난구 유도등 규격이 ‘소형’에서 ‘중형’으로 다시 강화된다. 국립소방연구원은 2026년 7월 1일 ‘공동주택의 화재안전기술기준(NFTC 608)’ 일부 개정 내용을 공고했다. 이번 개정으로 공동주택 피난구 유도등은 중형 이상을 설치해야 하는 기준이 명확히 적용된다.
소방방재신문에 따르면, 이번 개정은 2024년 2월 해당 매체가 공동주택 피난구 유도등의 소형화가 화재 시 재실자의 피난구 식별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 지 약 2년 반 만에 이뤄진 제도 개선이다.
소형 유도등, 왜 문제였나
2024년 1월 1일 ‘공동주택의 화재안전기술·성능기준’이 제정·시행됐다. 매년 공동주택 화재로 수십 명 이상이 사망하는 상황에서 관련 법규를 강화해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해당 기준은 호스릴 옥내소화전 설치 의무화, 아날로그 방식 감지기 도입,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기준 개수 상향(10개→30개) 등 여러 안전 강화 조치를 담았다. 그러나 유도등 규격만큼은 오히려 기준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기준 제정 이전에는 ‘유도등 및 유도표지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11층 이상 공동주택에 중형 피난구 유도등을 설치해야 했다. 그런데 새로 제정된 ‘공동주택의 화재안전기술·성능기준’에는 피난구 유도등 크기를 ‘소형’으로 명시해, 피난 안전성 측면에서 기준이 역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형 유도등은 한 면의 크기가 최소 20㎝ 이상이다. 반면 소형은 10㎝ 이상으로 규정돼 있어, 정사각형 형태로 제작될 경우 표시면 면적 차이가 최대 4배에 달한다. 단순한 크기 차이를 넘어 휘도에서도 격차가 뚜렷하다. 국립소방연구원에 따르면 중형 유도등의 상용 점등 시 휘도는 250㏅/㎡ 이상인 반면, 소형은 150㏅/㎡ 이상으로 규정돼 있어 연기가 가득 찬 화재 상황에서 소형 유도등의 가시성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업계 영향과 향후 과제
이번 기준 개정은 방화·소방 관련 설비 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규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는 중형 유도등 적용이 의무화되므로 소형 제품 중심으로 공급 계획을 세웠던 제조사와 시공사는 제품 라인업과 납품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 중형 유도등은 소형 대비 제품 단가와 설치 비용이 높아 초기 공사비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으나, 화재 시 피난 안전성 확보라는 본질적 목적에는 부합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방화문·방화셔터 등 피난 경로 전반의 안전 설비와 유도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이 공동주택 피난 시스템 전반의 기준 정비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기존에 소형 유도등을 설치한 공동주택의 소급 적용 여부와 유예 기간 등 세부 사항은 추가 지침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NFTC 608 개정은 언론의 문제 제기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로 평가된다. 공동주택 화재 안전 기준이 현장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신속한 기준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이기도 하다.
출처: 소방방재신문, 셔터뉴스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