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표준협회(BSI, British Standards Institution)가 2026년 9월 15일, 기존 공동주택 외벽 구조 및 클래딩(cladding)의 화재위험 평가를 위한 실무지침인 PAS 9980의 개정판(PAS 9980:2026)을 공식 발표했다. 2022년 최초 발간 이후 약 4년 만의 전면 개정이다.
영국 소방산업협회(FIA, Fire Industry Association)에 따르면, PAS 9980:2026은 기존 단순 적합성 판단 방식에서 벗어나 건물 전체의 현재 위험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위험 기반(risk-based) 접근법을 채택했다. 정량적(quantitative) 평가와 정성적(qualitative) 평가 기법을 결합해, 건물별로 확보 가능한 증거·시험 데이터·기술 정보의 편차를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개정은 영국 내 다수의 공동주택이 외벽 시스템 평가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일부 건물의 외벽이 화재 확산을 충분히 억제하도록 설계·시공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된 이후, 영국 정부와 업계는 체계적인 평가 기준 마련을 추진해 왔다.
위험 비례 원칙과 전문가 판단 강조
FIA에 따르면, 개정된 PAS 9980:2026은 클래딩 제거·교체에 대한 일괄적(blanket) 접근 대신, 건물이 제시하는 위험 수준에 비례한 보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이는 불필요한 과잉 보수를 방지하고 자원을 실질적 위험이 높은 건물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개정 지침이 권고하는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외벽 시스템에 대한 화재위험 평가가 필요한 시점과, 반대로 외벽을 통한 화재 확산 위험이 충분히 낮아 전문 평가가 불필요한 경우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둘째, 외벽 화재위험 평가를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전문 역량과 자격 요건을 규정한다. 셋째, 개별 건물의 특성에 맞춘 비례적·증거 기반 평가 수행 방법을 안내한다. 아울러 전문가의 직업적 판단(professional judgement)이 모든 외벽 화재위험 평가의 핵심 요소로 남는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실무지침(voluntary Code of Practice)이지만, 영국 내 건물 전문가들이 외벽 화재위험 평가를 수행할 때 사실상의 표준으로 활용된다.
국내 외벽 화재안전 기준과의 비교
국내에서는 건축물 외벽 마감재의 화재안전 성능을 국토교통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및 KS F ISO 13785 등 관련 시험 기준을 통해 관리한다. 국내 기준은 주로 마감재의 불연·준불연·난연 성능 인증을 중심으로 한 사전 허가 방식에 집중돼 있다. 반면 PAS 9980:2026은 이미 준공된 기존 건물(existing blocks of flats)의 외벽 시스템을 대상으로, 현재 상태에서의 화재 확산 위험을 종합 평가하는 사후 관리 체계라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기존 건물의 외벽 화재위험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전문 지침이 아직 미비한 상황으로, 영국의 사례는 국내 기존 건축물 외벽 안전 관리 체계 수립에 참고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국내 방화·셔터 업계 시사점
이번 PAS 9980:2026 개정은 국내 방화 및 건축 안전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의 사례처럼 기존 건물의 외벽 화재위험 평가 체계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외벽과 연계된 방화구획 구성 요소인 방화셔터·방화문의 성능 재검토 수요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외벽 클래딩과 방화구획 경계부의 접합 부위에서 화재 확산 차단 성능을 확보하는 문제는 방화셔터 설치 업계가 직접 관련되는 사안이다. 국내 업계는 영국의 위험 비례 원칙과 전문가 판단 중심의 평가 방법론을 참고해, 기존 건물 대상 방화 성능 점검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출처: FIA, 셔터뉴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