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형마트·역사 등 다중이용시설 10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방화셔터 주변 장애물 적치와 방화문 상시 개방, 스프링클러 관리 불량 등 총 78건의 안전 미흡 사항이 적발됐다. 소화기·소화전·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전반에 걸친 점검이었지만, 방화문과 방화셔터의 유지관리 실태가 중점 확인 항목으로 포함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점검 결과는 방화셔터가 제품 자체의 성능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현장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방화구획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방화셔터 주변에 물품을 쌓아두거나 피난통로를 막는 행위, 방화문을 상시 개방 상태로 방치하거나 도어클로저를 불량으로 유지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적발되고 있어, 설치 이후 관리 체계의 부재가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현장 점검서 드러난 유지관리 부실의 민낯

파주소방서에 따르면, 소방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관내 대형 쇼핑몰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하며 방화문·방화셔터 주변 장애물 적치 여부, 소방시설 연동 상태, 피난통로 확보 여부, 자위소방대 초기 대응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파주소방서는 이번 점검의 목적이 시민의 화재 안전 확보에 있다고 밝혔다. 방화셔터가 화재 감지 신호에 연동해 정상 작동하더라도 셔터 하부에 물품이 쌓여 있으면 완전 폐쇄가 이뤄지지 않아 방화구획 기능 자체가 상실된다. 피난유도등 미설치 또는 소등 상태, 피난통로 미확보 등도 반복 적발 항목으로 꼽혔다.

이 같은 현장 실태는 방화셔터 성능시험 체계와 현장 유지관리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국내에서는 방화댐퍼를 비롯한 화재 차단 부재에 대해 KS F 2268-1, KS F 5330, KS F 2822 등 KS 시험규격을 적용해 내화·방연·작동 성능을 평가하고, 공인시험기관이 성적서를 발급하는 구조가 운영된다. 성적서 유효기간은 3년으로 설정돼 있어 일정 주기의 성능 재확인이 요구된다. 방화셔터 역시 이와 유사한 KS 기반 성능시험 체계 안에서 제품 인증이 이뤄지지만, 인증 취득 이후의 현장 관리 의무는 별도의 점검 체계에 의존하는 구조다.

시험인증 인프라와 현장 관리의 연결 고리 필요

FITI시험연은 최근 소방·안전 시험인증 기술력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소방장비 인증(KFAC)과 화염 마네킹 기반 열저항 평가, 보호복 바이러스·세균 저항성 시험 등 다양한 시험·조달물자 검사 역량을 공개했다. 국내 시험기관들이 화재·열·보호 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험인증 역량이 현장의 유지관리 실태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인증 제품이 현장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방화셔터 및 방화문 제조·설치 업계에는 이번 점검 결과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제품의 KS 인증 취득과 성능시험 통과가 납품의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설치 이후 유지관리 불량으로 인한 현장 적발 사례가 누적되면 제품 신뢰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업체들은 사후 유지보수 서비스와 정기 점검 계약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업계 전반의 표준화된 사후관리 체계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소방당국의 점검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제조사와 시공사 모두 설치 후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방화셔터는 화재 발생 시 연기와 불길의 확산을 차단하는 방화구획의 핵심 설비다. 성능시험을 통과한 제품이 현장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주변 장애물 제거와 연동 시스템 정상 작동, 피난통로 확보가 일상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추석 연휴 전 긴급 점검에서 드러난 78건의 미흡 사항은 제품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 문화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헤럴드경제, 파주시대, 아메뉴스, 셔터뉴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