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교육이 종이 매뉴얼과 이론 강의를 넘어, AI·디지털트윈·가상훈련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단일 사건이 아니라, KICT(한국건설기술연구원)와 학계·정부 R&D 과제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만들어지는 중장기 흐름이다.
KICT, 화재안전 교육·훈련 기반 기술 축적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건축·화재안전 분야에서 AI·디지털트윈 기반 건축물 생애주기 안전·성능 혁신과 지능형 화재 대응 통합 솔루션을 핵심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KICT 건축도시연구본부 연구분야 소개). 시설물 화재안전 전주기 관리기술, 내화·방화·피난·연기제어 설계 기술, 화재안전 평가기준 및 요소기술 개발 등을 통해 실제 화재안전 교육·훈련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KICT 화재안전연구본부 주요 연구성과).
이러한 연구는 아직 ‘완성된 교육 매뉴얼’로 공식 발표된 단계는 아니지만, 소방시설 관리자·설계자·시공자 대상 교육 과정이 시뮬레이션·플랫폼 중심으로 바뀌어 갈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지털트윈·XR 기반 소방 교육훈련 연구 확산
학계에서도 디지털트윈과 XR(확장현실)을 활용한 소방 활동·소방안전관리자 교육훈련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디지털트윈 기반 소방활동정보시스템 연구에서는 건물 설계도를 바탕으로 3D 모델을 구축하고, 출입문 상단 영상장치를 통해 출입 인원을 계수해 화재 시 실시간 잔류인원과 내부구조를 화면에 보여주는 시스템을 제안했다(교보문고 학술 DB, 디지털트윈 기반 소방활동정보시스템 연구). 이러한 시스템은 소방대의 구조·진입 훈련뿐 아니라, 소방시설 관리자 교육에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공공 R&D 과제에서도 AI 객체인식과 디지털트윈, 재난예방용 훈련을 결합한 공간정보 기반 가상훈련 시스템이 추진되고 있다(건설기술정보시스템 CODIL, AI·디지털트윈 기반 재난예방 기술 개발 과제 보고서). 이들 과제는 건설현장·시설물 안전관리자를 대상으로 가상공간에서 위험상황을 재현하고 대응 절차를 익히게 하는 교육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어, 소방시설 점검·조작·비상대응 교육에도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다(기술보증기금 기술동향 보고서).
현장이 기대하는 세 가지 변화
이런 기술 흐름이 현장에 가져올 변화는 구체적이다.
첫째, NFSC(화재안전기술기준)와 소방시설법령 교육을 실제 건물 모델과 설비 배치에 입혀서 가시화할 수 있다. 조문과 도면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방화구획·피난동선·설비 연동 구조를 3D 모델 위에서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KICT 건축도시연구본부).
둘째, 현장실습이 어려운 고위험 시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대형 복합시설, 지하공간 등은 실제 화재 상황을 재현한 현장 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디지털트윈·XR 기반 가상훈련은 이러한 시설의 소방시설 운용과 비상대응 교육을 위험 없이 반복할 수 있게 한다(KICT 화재안전연구본부).
셋째, 교육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이 가능해진다. 가상훈련 플랫폼에서 수집되는 교육생의 대응 패턴, 오류 지점, 소요 시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교육 과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남은 과제: 제도 연계·비용·표준
기술 개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업계와 기관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제도 교육과의 연계다. 현재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교육, 소방시설 점검 실무 교육 등 법정 교육 과정에 디지털트윈·XR 기반 콘텐츠를 어떻게 편입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교육 플랫폼의 표준화도 과제다. 연구기관·대학·민간 업체가 각기 다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어, 호환성과 품질 기준을 잡아야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CODIL 연구보고서).
비용 문제도 빠질 수 없다. 3D 모델 구축, XR 장비 도입, 콘텐츠 개발에는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중소 소방시설 업체나 소규모 교육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 비용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기술은 있되 확산은 더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새 교재가 아니라, 새 교육 생태계
결국 소방시설 교육의 변화는 ‘새 교재 한 권’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트윈·AI·가상훈련 플랫폼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교육 콘텐츠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KICT와 학계가 기반 기술을 쌓고 있고, 정부 R&D 과제가 실증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고위험 시설 교육의 대안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흐름이 실제 소방시설 교육 현장의 체질을 바꾸려면, 기술 개발과 제도 연계, 비용 구조, 플랫폼 표준이라는 네 가지 톱니바퀴가 함께 돌아야 한다. 2026년은 그 톱니바퀴가 맞물리기 시작하는 해가 될 수 있다.
출처: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건축도시연구본부·화재안전연구본부 연구분야 소개 및 주요 연구성과 | 교보문고 학술 DB, 디지털트윈 기반 소방활동정보시스템 관련 연구 논문 | 건설기술정보시스템(CODIL) AI·디지털트윈 기반 재난예방 기술 개발 과제 보고서 | 기술보증기금 기술동향 보고서(디지털트윈·XR 기반 안전교육 기술)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주요 R&D 과제 정보(KA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