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개 상임위 의원 총집결… ‘안전에는 여야 없다’
5월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권영진·김주영·김형동·복기왕 등 여야 중진 의원 4인과 매일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화재에 안전한 산업현장 구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993년 태국 케이드 인형공장 화재(188명 사망)부터 최근 대전 안전공업 참사까지, 산업 화재는 한순간에 수많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다’며 ‘전국적 전수조사와 불연·난연성 자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김형동 의원(국민의힘)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하지만 화재·폭발 중대재해는 오히려 대형화되는 기형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우재준 의원(국민의힘)은 ‘연간 약 800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현실에서, 사고 후 결과가 아닌 설계·제도·자재 등 사전 예방 인프라 구축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제 1: 글로벌 시장과 성능 기반 리스크 관리 체계
권인구 KCL 실화재센터장은 국내 샌드위치 패널 시장이 약 2조 원 규모이며, 글로벌 시장은 데이터센터·콜드체인 수요 폭발로 연평균 9% 이상 성장 중이라고 밝혔다.
권 센터장은 ‘유럽은 고위험 시설에 무기질 불연 자재를 강제하지만, 북미는 유기질 자재 비중이 90%에 달해도 대용량 스프링클러와 민간 인증(FM·UL), 차별화된 화재 보험 요율을 결합한 성능 기반 리스크 관리 체계로 안전을 통제한다’며, 한국도 소규모 시험법을 지양하고 실제 화재 상황과 동일한 ‘실물 화재 평가(Real-scale Fire Test)’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제 2: 화재 시 구조물 붕괴, 트리거 작동 후 2~3초
이경구 한국강구조학회 부회장(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를 공학적으로 분석하며 화재 현장의 연쇄 붕괴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 용수를 샌드위치 패널 심재가 흡수하면 상부 하중이 수십 톤 이상 폭증하고, 강재 내부 온도가 400~500℃를 넘으면 인장 강도가 50~70% 수준으로 급감해 구조물이 무너지는 ‘트리거’가 당겨진다. 시뮬레이션 결과 전체 건물이 완전 연쇄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3초에 불과하다.
발제 3: 그라스울 패널 단열성적서 편법 유통 실태 폭로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사장은 그라스울(유리섬유) 패널 업계의 성적서 편법 행태를 고발했다. 그라스울은 섬유가 수평(횡방향)일 때 최고 등급 성적서가 나오지만, 실제 패널 조립 시에는 강도 확보를 위해 섬유를 수직으로 세워 시공한다. 수직 배열 시 단열 효율이 30% 이상 급감해 가등급이 다등급으로 전락하지만, 서류상으로는 가등급 허위 성적서를 첨부해 준공 허가를 받는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불연재라는 이유 하나로 대형 실물 화재 시험을 전면 면제받는 기득권 특혜가 이어지고 있다’며 무기질 자재에 대한 실물 화재 시험 의무화를 강력히 청원했다.
발제 4: 산업 화재는 ‘독성 환경 재난’… 미국식 해즈맷 도입 시급
허윤종 NCT솔루션 대표(미국 실리콘밸리 환경재난 전문가)는 ‘반도체 크린룸이나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는 일반 화재와 차원이 다른 독성 화학 재난’이라고 규정했다. 화성 아리셀 참사 사망자 대부분이 불화수소(HF) 가스를 흡입하고 수초 만에 즉사했다는 점을 환기하며, 미국식 해즈맷(HAZMAT) 현장 제독 시스템의 국내 도입을 촉구했다.
허 박사는 ‘한국 소방은 방화복과 공기호흡기에만 의존하는데, 고부식성 불화수소는 호흡기 고무와 섬유를 뚫고 들어온다’며 소방관의 2차 오염 무방비 노출 현실을 비판했다.
발제 5: 20년 된 종이 품질관리서 종말, 디지털 플랫폼 2027년 1월 전면 시행
안재홍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20년간 유지된 종이 문서 방식의 품질관리서가 성적서 위조와 사후 추적 불가의 근본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국토부 주도로 개발 완료한 ‘건축자재 통합 관리 플랫폼’은 제조 공장 출하부터 시공·감리·지자체 승인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실시간 트래킹하며, 불량 자재 적발 시 동일 시기 생산분의 전국 유통을 자동 차단하는 ‘도미노 셧다운’ 기능을 갖추고 있다.
종합토론: 지하주차장 불연 강제 규제 놓고 격렬한 공방
박진철 전 대한건축학회장이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국회를 통과한 ‘지하주차장 천장 단열재 불연 의무화 법안’을 둘러싸고 격렬한 공방이 이어졌다.
권용범 전 한국판넬협회 이사장은 ‘영국 대형 실물 화재 시험(BS 8414)을 통과한 고성능 준불연 제품이 개발됐음에도 무기질=안전, 유기질=위험이라는 낡은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고 역차별을 비판했다. 김양규 한국외단열건축협회 국장은 불연 단열재 강제 시 자재 두께가 100mm에서 195mm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주차장 유효 층고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시공학적 문제를 제기하며, 준불연 자재에 불연 마감을 결합한 ‘복합 시스템 시공’ 허용을 촉구했다.
임상진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 이사는 그라스울 강제 적용 시 1㎡당 무게가 3.6kg에서 9.6kg으로 2.7배 증가하고, 순수 자재비 60~130% 인상, 시공비 100% 이상 폭등이 발생해 분양가 상승으로 전가된다는 정량 데이터를 제시했다.
권영진 의원, 시행령 개정으로 ‘복합 시스템 공법’ 인정 추진
정성수 국토교통부 건축안전과장은 ‘상위법상 불연재료 사용이 명시되더라도 하위 법령 제정 시 자재 시장의 유연성과 현장 시공성을 고려해 정밀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권영진 의원은 유기질 자재가 기술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도 법적 용어 정의상 ‘준불연’에 머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짚어낸 뒤, ‘상위법의 불연 조항은 유지하되 시행령 개정 단계에서 준불연 유기 자재를 불연 마감재로 감싼 복합 시스템 공법을 불연 성능으로 인정하는 예외 조항을 삽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토론회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유통 투명화와 현장 실물 성능 중심의 합리적 입법 조정이라는 두 축을 세우며, 대한민국 산업 방재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고 출처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화재에 안전한 산업현장 구축을 위한 토론회’ 속기록 (2025.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