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4개년 개발을 완료한 ‘건축자재 통합 관리 플랫폼’이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불량 자재 적발 시 동일 배치 전국 유통망이 실시간 차단되는 ‘도미노 셧다운’ 기능을 탑재했으며, 건축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전국 현장에 전면 적용된다.

2005년에 설계된 종이 시스템… 위조·조작 추적 불가능했다

안재홍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연구위원은 5월 13일 국회의원회관 토론회에서, 건축 자재 품질 관리의 암흑기를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건축법 제52조에 의거, 화재 안전 성능을 인정받은 복합 자재들이 제조 공장에서 출하되어 최종 현장에 시공되기까지의 이력을 관리하는 ‘품질관리서’ 제도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 제도가 스마트폰조차 없던 2005년에 설계되어 지난 20년간 오직 ‘종이 문서’ 유통 방식으로만 운영되어 왔다는 점이다.

안 연구위원은 “서류 배달 과정에서 정보가 누락되거나, 유통 마진을 남기기 위한 중간 가공 과정에서 성적서가 위조·조작되어도 사후에 이를 추적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서류 작업에만 수많은 행정 시간이 낭비되어 업계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다”고 덧붙였다.

‘택배 추적’처럼… 자재 위치·시공 책임자 실시간 조회 가능

2023년부터 국토교통부 수탁 사업으로 건설기술연구원이 주도해 개발한 ‘건축자재 통합 관리 플랫폼’이 올해 개발을 완료하고 일부 제조사 대상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안 연구위원이 밝힌 플랫폼의 핵심 혁신은 ‘전 과정 디지털 트래킹’이다. 자재의 제조(공장 출하)에서 유통, 현장 반입, 시공, 감리 확인, 지자체 허가권자 승인에 이르는 전 과정이 전산화됐다. 그는 “소비자가 택배 앱으로 허브 터미널 위치와 배송 기사 정보를 조회하듯, 건축 자재의 고유 식별 번호를 통해 현재 위치와 시공 책임 단계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주체들이 온·오프라인상에서 디지털 서명을 통해 승인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므로, 정보 왜곡과 성적서 끼워넣기가 원천 차단된다. 또한 정부의 건축 행정 시스템인 ‘세움터’ 및 ‘건축물 생애이력 관리 시스템’과 실시간 데이터베이스 연동을 완료했으며, 현장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QR 코드나 바코드를 찍어 품질관리서를 발급·조회할 수 있는 모바일 앱도 앱스토어 등록을 마쳤다.

‘도미노 셧다운’… 불량 자재 적발 시 전국 유통망 실시간 차단

가장 주목받은 기능은 ‘부적합 자재 실시간 확산 차단’ 시스템이다. 모니터링 중 특정 건설 현장에서 성적서와 다르거나 불량인 자재가 적발되어 지자체나 관리기관이 플랫폼에 ‘행정 조치’를 입력하는 순간, 동일 시기에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어 전국으로 이동 중인 동일 배치의 모든 자재 유통망이 시스템상에서 실시간으로 강제 차단된다.

안 연구위원은 “해당 자재를 납품받기로 대기 중이던 전국의 다른 건설 현장 감리자들에게 실시간으로 경보 리포트가 전송되어 불량 자재가 현장에 시공되는 것을 사전에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제52조의 7 항 신설)이 국토부 발의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되어 현재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심의 중이다. 이번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올해 하반기 시범 운영처를 확대하고, 내년 상반기 전국 건축 현장을 대상으로 플랫폼을 공식 전면 런칭할 계획이다.

[종합토론] 지하주차장 불연화 법안, ‘불연’ 정의의 함정에 빠지다

토론회 종합토론에서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지하 주차장 천장 단열재 불연 의무화’ 법안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권용범 전 한국판넬협회 이사장은 “국산 준불연 스티로폼과 우레탄은 영국 BS 8414와 ISO 13784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며 “그라스울이 불연재라는 단어 하나로 실물 화재 시험 전체를 면제받는 것은 거대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김양규 한국외단열건축협회 국장은 “불연 단열재는 열전도율이 높아 두께가 두 배 이상 늘어나고, 천장에 무거운 자재를 붙이면 탈락 사고가 발생한다”며 ‘복합 시스템 방화 시공’ 허용을 요구했다.

임상진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 이사는 정량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라스울 적용 시 단열재 두께 100mm가 195mm로 증가하고, 1㎡당 무게는 3.6kg에서 9.6kg으로 2.7배 늘어나며, 자재비는 최소 60%에서 최대 130%까지 인상된다. 그는 “국토부가 2025~2030년 250억 원 규모의 국책 R&D를 진행 중인데,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특정 자재만 강제하는 것은 행정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권영진 의원은 정성수 국토부 과장에 대한 교차 청문을 통해 “상위법에 ‘불연’이라고 대못을 박으면 기술력이 뛰어난 준불연 유기 자재도 전면 퇴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시행령에 ‘방화상 지장이 없는 복합 시스템 시공’ 조항을 삽입하겠다고 선언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토론회는 ‘규제의 정밀성’이라는 화두를 국회에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