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로부터 계약이행보증서를 정상적으로 제출받고도 대표이사 개인에게 별도 연대보증 서명을 강요하는 관행이 건설 하도급 현장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전문건설신문에 따르면, 한 전문건설업체 대표 A씨는 최근 원사업자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이행보증서를 이미 제출한 상태임에도 별도의 부수 협약서에 개인 연대보증 서명을 요구받았다. A씨는 거래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거절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 사례는 법인 명의의 이행보증이 이미 제공된 상황에서 대표이사 개인에게까지 채무를 떠안기는 이중 담보 구조로, 수급사업자의 거래상 열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갑질 행태로 지적된다.

공정위 부당특약 고시와 법원 판단의 괴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시행 중인 ‘부당특약 고시’는 수급사업자가 정상적인 계약이행보증을 제공했음에도 대표이사 등 제3자에게 추가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행위를 부당특약의 한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원사업자가 이를 강행할 경우 시정명령 등 행정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미 법인이 계약이행보증을 제공한 이상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보증까지 요구하는 것은 수급사업자의 거래상 열위를 이용한 부당한 계약조건 설정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 기준이다.

그러나 행정 제재와 민사 효력은 별개로 작동한다는 점이 핵심 문제다. 기존 판례 흐름은 대표이사 연대보증 요구를 하도급법상 부당특약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법원은 해당 약정이 수급사업자 법인 자체에 추가 채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며, 영세한 수급사업자의 자력을 고려할 때 대표이사 개인의 보증을 요구할 현실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봐왔다. 특히 기업 대표자가 기업 채무에 대해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보호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아 별도의 법적 구제마저 어렵다.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행정상 제재와 민사상 계약의 효력이 별개로 움직인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연대보증 부당특약 갑질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도급법상 부당특약이 민사적으로 무효가 되려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여야 하는데, 기존 판례의 시각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이 이를 무효로 판단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방화·전문건설 업계 하도급 현장도 안전지대 아니다

방화셔터·방화문 시공을 포함한 전문건설 업계는 대형 건설사 원청 아래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구조에서 소규모 방화·소방 전문업체는 원청과의 계약 과정에서 거래상 열위에 놓이기 쉬우며, 계약이행보증서 제출 이후에도 대표이사 개인 연대보증을 요구받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서명이 이루어지면 공정위 제재와 무관하게 민사상 채무 이행 책임이 대표이사 개인에게 귀속될 수 있어, 계약서 검토 단계에서 부수 협약서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계약 체결 전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고,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공정위 신고 등 제도적 대응 경로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출처: 전문건설신문, 셔터뉴스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