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가 구조적 모순과 사회적 오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3월 20일 발생한 대전 공장 화재를 계기로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됐고, 업계 내부에서는 오랫동안 누적된 과당경쟁과 부실 수주 관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방방재신문에 따르면, 해당 공장은 매년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덕트에 쌓인 기름 찌꺼기나 집진기 분진 등 반복적인 화재 위험 요인을 개선하지 못한 채 사고를 맞았다. 사고 이후 해당 공장이 과거에도 불티 또는 마찰열로 인한 화재를 여러 차례 겪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방시설 점검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다.

소방시설 점검, 공장 위험환경은 점검 대상 밖

그러나 소방방재신문의 긴급진단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비판은 제도의 본질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소방시설 자체점검은 건축물에 설치된 소방시설이 법령과 기준에 맞게 설치·관리되는지를 확인하는 제도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원료의 위험성, 환기·집진 상태 등 작업환경에서 비롯되는 화재위험요인은 소방시설 점검의 법적 대상이 아니다. 유증기나 분진 등 산업 현장 특유의 환경적 위험 요소를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방점검을 받았다고 해서 산업시설 전반의 안전이 확보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소방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소방시설 점검 전문업체들은 화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자신들이 점검한 건물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토로한다. 제도의 범위를 벗어난 사안에 대해서도 점검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의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당경쟁이 낳은 편법과 불법의 악순환

제도의 사각지대 문제와 별개로, 업계 내부에서는 오랫동안 곪아온 구조적 문제도 함께 지적된다. 소방 분야 관계자들은 소방시설 자체점검 시장에서 과당경쟁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일부 업체의 편법·불법 수주가 공공연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입을 모은다. 표준자체점검비가 공공기관과 민간 모두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저가 수주를 감수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점검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방화셔터·방화문 등 건축방재 설비를 다루는 업계에도 이번 논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방시설 자체점검 항목에는 방화셔터와 방화문의 작동 상태, 폐쇄 기능 유지 여부 등이 포함된다. 점검 시장의 저가 경쟁이 심화될수록 방화셔터·방화문에 대한 점검 역시 형식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화재 발생 시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방화문이 상시 개방 상태로 방치되는 사례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부실 점검 관행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의 실질적 강화 없이는 방화 설비의 기능 유지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소방 업계에서는 표준자체점검비 준수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소방시설 점검의 법적 범위를 사회에 명확히 알리는 인식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0여 년을 이어온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려면,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는 업계의 자정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처: 소방방재신문, 셔터뉴스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