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시설 전반에서 디지털트윈과 인공지능(AI)이 화재 위험을 사전에 탐지하고 소방 안전을 관리하는 핵심 수단으로 정착하는 추세다. 발전소·에너지저장장치(ESS)·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기술 적용 사례가 축적되는 가운데, 서울·대전·인천·부산 등 광역 지방자치단체까지 디지털트윈 기반 재난 대응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소방 안전 영역에서의 본격적인 기술 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전소·ESS에서 실증된 AI 화재 감지
글로벌이코노믹 보도에 따르면 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는 입체 모델링, 운전 데이터 실시간 연동, 설비 도면, 전방위 영상, 진단·안전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은 디지털트윈 체계를 갖추고 AI를 활용해 화재 징후와 작업자 이상 상태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국제비즈니스대상 금상을 받아 기술 완성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사례는 발전소 환경에서 디지털트윈이 단순한 시각화 도구에 머물지 않고 실시간 화재 위험 감시 인프라로 진화했음을 입증한다.
ESS 분야에서도 동일한 방향의 기술 적용이 확인된다. 뉴스핌 르포 기사에 따르면 전국 ESS 설비와 주변 환경을 가상공간에 입체적으로 재현한 디지털트윈 환경 위에서 다양한 고장·사고 시나리오를 모의 실행해 화재 위험을 사전에 검증하는 방식이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ESS 화재는 일단 발화하면 진압이 매우 어렵다는 특성상, 시뮬레이션을 통한 선제적 위험 예측이 실질적인 안전 효과로 이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방청 위험물 지휘시스템과 국토부 교량 세굴 모니터링을 연계한 AI·디지털트윈 기반 재난 위험 감지 연구도 착수됐다. 온품이 주도하는 이 연구는 2026년 4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2년 9개월간 총 48억 원 규모로 추진된다.
지자체 확산과 스마트빌딩 표준화 과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전시는 카이스트를 포함한 10개 기관·기업과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AI·디지털트윈 기술을 도시 안전관리 체계에 접목하는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AI 기반 디지털트윈 서비스 모델 개발과 공간정보체계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 재난·안전 대응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디지털트윈 기반 도시 관리 성과를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 ‘부산형 디지털트윈 안전 서비스’ 모델을 2027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시 전역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인천시 역시 ‘2026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에서 AI·디지털트윈을 결합한 재난 대응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기술 보급이 빨라지는 만큼 표준화 미비 문제도 공론화되고 있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오중석 의원은 서울디지털재단이 건축물 데이터 표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디지털트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건축물이 에너지·설비·안전 정보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관리하는 ‘스마트빌딩 인증제도’ 신설을 촉구했다. 서울형 BIM 표준과 스마트빌딩 인증 체계가 갖춰져야 디지털트윈이 단순 3차원 지도 수준을 벗어나 안전·설비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시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서울디지털재단은 BIM 표준 도입과 스마트빌딩 인증 관련 연구 경험이 아직 없다고 밝혀, 제도 정비 속도가 기술 확산 속도에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사 현장에서도 디지털트윈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시공 현장을 입체적으로 재현해 공정 상태와 사각지대를 즉시 파악하고 측량 검증까지 병행함으로써 시공 정밀도와 현장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건물 완공 후에는 소방·안전 관리 데이터 기반으로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방화셔터·방화문 등 소방 설비 업계에도 이 흐름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빌딩 인증제도가 도입되고 BIM 표준이 확립되면, 방화셔터·방화문의 설치 위치·작동 이력·유지보수 정보가 건축물 디지털트윈 데이터와 연동되는 구조가 현실화된다. 이 경우 소방 설비 제조사와 시공사는 BIM 호환 데이터 제공 능력을 갖춰야 하고, 제품 인증 단계에서도 디지털 정보 연동 요건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차원에서 디지털트윈·BIM 표준화 논의에 선제적으로 참여하고, 제품 데이터의 디지털화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는 것이 향후 시장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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