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 시장이 국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화재 안전 설계의 핵심 요소인 방화벽이 단순한 법규 이행 수단을 넘어 건축 설계 전반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연성 목재를 주재료로 삼는 건축물 특성상 화염 차단 구조의 설계 방식과 구조적 원칙에 대한 논의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건축법」과 「건축법 시행령」은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 대해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내화구조 및 방화벽 설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를 구체화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방화벽이 내화구조를 갖춘 자립 형태여야 하며, 건물 외벽과 지붕면 바깥으로 최소 50센티미터 이상 튀어나와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수평 방향으로 번지는 화염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최소 기준에 해당한다.
목조건축 군집 단지의 방화벽 실물 사례
건축사신문에 따르면,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의 이재혁 건축사는 일본 기후현 현지 방문 과정에서 기후현립 삼림문화 아카데미의 실물 방화벽을 직접 살펴봤다. 일본 건축 전문지 『신건축(新建築)』 2001년 8월호가 소개한 자료에 의하면, 해당 아카데미는 총 대지면적 6만 3,534제곱미터 위에 건축면적 5,794.12제곱미터, 연면적 7,709.62제곱미터 규모로 들어선 10여 동짜리 친환경 목재 건축 복합 단지다. 단지 안에 자리한 ‘멀티미디어 실습동’과 ‘아카데미 센터’는 각각 연면적 1,756.63제곱미터, 1,996.15제곱미터의 2층 목재 구조물로, 정밀한 목재 결구 방식인 ‘면격자(面格子)’ 공법이 구조 전반에 적용됐다.
연면적 합산 1,000제곱미터를 웃도는 두 건물 사이에는 화염 이동을 차단할 목적으로 대형 방화벽이 설치됐다. 이 방화벽의 두드러진 특징은 단조로운 직선 형태 대신 부지 지형과 보행 동선을 고려해 리드미컬하게 방향을 바꾸는 지그재그 구성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배치도와 위성 영상 모두에서 두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는 특유의 꺾임 형태 벽체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목조 군집 단지 전체에 입체적인 조형 리듬을 부여한 설계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탄화층 설계와 방화벽의 역할 분담
목재 구조 부재가 법정 내화구조 요건을 갖추려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째는 화재 발생 시 연소될 것을 예상하고 그 두께만큼 부재 단면을 미리 키워두는 탄화 여유 설계 방식이고, 둘째는 석고보드 등 불연재로 부재 표면을 피복하는 방식이다. 두 방법 모두 부재 단면이 불필요하게 비대해지거나 목재 고유의 질감과 섬세함이 가려지는 문제를 수반한다. 이에 반해 방화벽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목재 부재에 별도의 내화 처리를 가하지 않고 노출 상태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법적 화재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후현립 삼림문화 아카데미 사례는 방화벽이 규제 준수의 수동적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목조건축 고유의 미적 가치를 지키는 능동적 설계 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실증한다.
국내 목조건축 수요는 현재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흐름은 방화셔터·방화문 등 방화 관련 제품 시장에도 직접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콘크리트나 철골 구조물과 달리 목조건축물은 방화구획 설정 방식이 복잡하고, 방화벽과 방화문·방화셔터를 유기적으로 연계한 정밀 설계가 요구된다. 연면적 1,000제곱미터를 초과하는 목조건축물이 증가할수록 방화구획 경계부에 배치되는 방화셔터와 방화문의 내화 성능 검증 수요 역시 비례해 늘어날 전망이다. 목조건축의 구조적 특수성에 부합하는 방화 제품 개발과 시공 기준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붕 상단을 넘어 솟구치는 독립형 방화벽 구조물을 실무 현장에서 접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대형 건축물이 콘크리트나 철골 내화구조, 불연 마감재, 스프링클러 설비를 기본 조합으로 채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조건축 군집 단지처럼 가연성 구조재가 지배적인 환경에서는 방화벽이 화재 안전의 최후 방어선이자 설계 구성의 중심축으로 작동한다. 기후현립 삼림문화 아카데미의 지그재그 방화벽은 법규 이행과 건축적 미학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증명하는 사례로, 국내 목조건축 설계 실무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출처: 건축사신문, 셔터뉴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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