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 대형마트, 공항 등 대공간 건축물에서 방화구획의 핵심 역할을 하는 대형방화셔터. 그런데 이 셔터가 실제로 화재를 견딜 수 있는지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 연구팀이 대형방화셔터의 크기 확대 기준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며, 현행 제도의 맹점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3m×3m 가열로의 한계, 대형셔터는 ‘무검증’
현재 방화셔터의 내화성능 평가는 3m×3m 크기의 가열로에서 수행된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시험체는 실제 설치되는 것과 동일한 재료·구성이어야 하지만, 가열로 자체의 물리적 크기 제한으로 인해 이를 초과하는 방화셔터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내화시험이 불가능하다. 기준상 8m×4m까지는 별도 검증 없이 사용이 허용되고, 이를 초과하는 대형방화셔터도 구조기술사의 검토와 운영위원회 심의만 거치면 설치가 가능한 상황이다.
핵심 문제는 이 ‘구조검토’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기준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어떤 항목을 어떤 방법으로 검토해야 하는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검토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는 좌판이나 가이드레일 등을 보강하지 않고 시공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셔터의 크기가 커질수록 3m×3m 시험에서 확인된 성능이 유지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하중 전달 경로 따라 부재별 고온 응력 검토
연구팀은 영국 BS EN 15269-10(철재셔터), BS EN 15269-11(스크린셔터) 기준을 바탕으로 대형방화셔터의 크기 확대 기준을 작성했다. 핵심은 방화셔터의 하중 전달 경로를 따라 각 구조부재의 고온 상태에서의 응력과 변형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방화셔터의 하중은 ‘셔터면(슬랫 또는 스크린 원단) → 배럴 → 샤프트 → 엔드플레이트 → 브라켓 → 앵커볼트 → 건축 구조물’ 순서로 전달된다. 이 경로의 각 부재가 화재 시 노출되는 고온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물성값, 응력, 변형량을 통해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실험 검증: 철재 방화셔터로 기준 유효성 확인
기준 검증을 위해 연구팀은 건축 구조물을 포함한 3m×3m 철재 방화셔터 시험체를 제작하여 내화성능 평가를 수행했다. 시험 중 배럴, 샤프트, 엔드플레이트, 브라켓 등 각 구조부재의 온도를 실측하고, 해당 온도에서의 강재 물성값을 반영하여 응력을 계산했다. 이를 통해 대형방화셔터로 크기를 확대했을 때에도 각 부재의 응력이 허용 범위 이내인지를 검증하는 절차를 확립했다.
연구팀은 “현재처럼 구체적 기준 없이 대형방화셔터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화재 시 방화구획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위험 요소”라며 “본 연구가 대형방화셔터의 크기 확대 기준 제정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