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체 화재 가운데 전기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2.9%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등록 전기 시공이 화재의 잠재적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공사 진행 단계에서 이를 걸러낼 실질적 관리체계가 부재하다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의 2024년도 전기재해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화재 3만7610건 가운데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는 8634건으로 전체의 22.9%를 차지했다. 이 화재로 40명이 숨지고 33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재산피해는 약 1701억 원에 달했다. 화재 다섯 건 가운데 한 건 이상이 전기와 관련된 셈이다.
올해 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경찰은 화재 발생 6개월여 만에 증거 대부분이 소실됐다는 이유로 화재 원인을 ‘미상’으로 결론 내렸지만,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주방 천장 내 전기배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벽과 천장 안에 감춰진 잘못된 배선, 부적정한 접속, 규격 미달 자재는 수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어느 순간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공사의 부실은 공사 완료 후에도 위험이 지속된다.
무등록 시공, 처벌보다 적발이 문제
전기공사업법은 대통령령이 정한 경미한 공사를 제외하면 등록한 공사업자만 전기공사를 도급받거나 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등록으로 전기공사업을 영위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무등록업자에게 불법 하도급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과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법이 마련돼 있다.
전기신문에 따르면 무등록 시공이 근절되지 않는 핵심 이유는 처벌 수위의 문제가 아니라,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를 찾아낼 관리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규모 상가와 주택의 인테리어 공사에서는 발주자가 시공업체의 전기공사업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종합 인테리어 업체가 전기공사를 일괄 계약한 뒤 무등록 개인이나 일용 근로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도 의뢰인이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실제 시공자가 누구였는지 확인되는 구조다.
통계 체계의 불투명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전기화재를 단락·과부하·접촉불량 등 기술적 요인으로 분류하지만, 해당 설비를 누가, 언제, 어떤 자격으로 시공했는지는 연계해 공개하지 않는다. 전기화재 가운데 무등록 시공, 명의대여, 불법 하도급과 관련된 사고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방화셔터·방화문 연동 시공도 동일 위험 구조
이 문제는 방화셔터·방화문·자동폐쇄장치 등 소방안전 설비 업계에도 직결된다. 방화셔터와 방화문은 감지기·연동제어반·전동구동장치 등 전기 계통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전기 배선 시공의 부실은 화재 발생 시 설비 오작동이나 미작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화재안전기준(NFSC)은 방화셔터의 연동 작동 성능을 명시하고 있으나, 연동 전기 배선 자체가 무등록 시공으로 부실하게 처리됐다면 기준 충족 여부를 사후에 검증하기 어렵다. 방화셔터·방화문 업계는 자사 제품의 성능 인증과 별개로, 현장 전기 시공의 적법성 여부가 최종 안전성을 좌우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발주처·시공사와의 협력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기신문은 정부가 전기공사 관리체계를 사고 이후의 처벌 중심에서 공사 이전의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공사 계약 단계에서 공사업 등록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제도화하고, 화재 원인 통계에 시공 자격 정보를 연계하는 방향으로 데이터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출처: 전기신문, 셔터뉴스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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