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축물이 급증하고 유리 구조물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기존 안전유리 기준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져 왔다. 전국 관광지의 투명 스카이워크, 랜드마크 건물의 투명 엘리베이터, 신축 아파트 발코니의 유리난간 등은 유리가 단순한 마감재가 아닌 구조 부재로 기능하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에 맞는 명확한 성능 기준이 없어 비구조용 안전유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한계가 지속됐다.

유리저널에 따르면, (사)한국판유리창호협회는 2023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구조용 유리 단체표준 연구와 이해관계인 의견수렴, 심의회를 거쳐 2025년 4월 15일 ‘구조용 유리 단체표준(SPS-KFGIA 005-7641)’을 공식 등록했다. 이 표준은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유리구조설계기준(KDS 41 80 20)과 연계되는 핵심 제품성능 기준으로 자리매김한다.

한국판유리창호협회 김영주 본부장에 따르면, 이 연구는 한국세라믹기술원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요청으로 2021년부터 유리건축물 안전설계를 위한 연구용역으로 시작됐다. 약 4년간의 연구와 검토 끝에 완성된 이번 표준은 선진국 수준의 구조용 유리 성능 기준을 국내에 처음으로 체계화한 결과물이다.

국내 최초 잔여구조력 시험의 의미

이번 단체표준에서 가장 주목받는 특징은 국내 최초로 도입된 ‘유리 파손 후 잔여구조력 시험’이다. 기존 KS 규격(KS L 2002 등)은 4면 틀에 시료를 지지한 채 낙구 및 쇼트백 충격시험을 진행하며, 파손 이후의 구조력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다. 반면 구조용 유리 단체표준은 접합유리를 구성하는 모든 유리를 의도적으로 파손한 뒤 구조력을 측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유리가 충격을 받아 파손된 이후에도 원형유지력과 탈락저항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실제 안전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원형유지력 시험은 하부 1변 지지 형태로 완전히 파손된 유리 시료가 파손 원인 제거 후 최소 약 10분 동안 무너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며 손스침 하중 수준을 견디는지 확인한다. 탈락저항력 시험은 점지지(Point glazing) 형태로 완전히 파손된 유리 시료에 수직 하중을 부여해도 30분 이상 처지거나 찢어지지 않고 볼트 하드웨어로부터 탈락하지 않는지를 검증한다.

또한 이 표준은 실제 시중 유통 하드웨어를 도입해 1점 지지 또는 1변 지지 형태의 현실적인 지지 타입을 반영한다. 하절기 고온 야외 환경을 모사해 50℃에서 4시간 이상 승온한 후 고온 상태가 유지되는 챔버 안에서 잔여구조력을 시험하는 가혹 조건도 적용된다.

구조용 유리의 정의와 방화·건축 업계 파급 효과

이번 표준에서 정의하는 구조용 유리는 외창, 바닥, 계단, 난간, 천창 등 건축물 내외부에서 사용하는 유리로, 자파방지시험(열간유지시험)을 거친 표면 압축 응력 90 MN/m² 이상 110 MN/m² 이하의 강화유리 2장 이상을 전단탄성계수 130 MN/m² 이상의 구조용 중간막으로 전면 결합해 구조력이 요구되는 유리를 뜻한다.

방화셔터·방화문 업계 관점에서도 이번 표준 제정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방화 구획 내 유리 구조물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구조용 유리의 성능 기준이 명확해지면, 방화유리와 구조용 유리의 복합 적용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층 건물의 방화 구획 설계 시 유리 난간이나 유리 바닥 등 구조재 역할을 하는 유리 부위에 방화 성능까지 요구되는 경우, 이번 단체표준이 설계 기준의 준거로 활용될 수 있다. 업계는 이번 표준이 향후 국가표준(KS) 전환 또는 법령 반영으로 이어질 경우 관련 제품 개발과 인증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출처: 유리저널, 셔터뉴스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