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의 진상규명이 구형 소방시설의 한계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화재 당시 경보가 울렸다가 몇 초 만에 꺼졌다는 직원 진술이 확보됐지만, 작동 이력을 저장하지 못하는 구식 P형 수신기 때문에 과학적 규명이 어려운 상황이다.

소방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용혜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 안전공업에 설치된 화재수신기는 작동 이력을 저장하는 기능이 없는 구형 ‘P형 수신기’였다. 이 시설은 2014년 증축 과정에서 감지기 숫자와 장소를 늘리면서 새로 설치된 시스템이다.

화재수신기는 건물 곳곳에 설치된 감지기가 보내는 신호를 받아 경보를 울리고 소방시설을 작동시키는 핵심 장비다. 그러나 안전공업에 설치된 P형 수신기는 누가 언제 경보를 차단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전혀 남기지 못한다. 이로 인해 경찰 수사는 직원들의 진술과 CCTV 영상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가형 감지기와 구형 수신기의 위험한 조합

소방방재신문에 따르면 안전공업에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저가형 깡통 감지기’와 진실을 밝혀줄 기록조차 남기지 못하는 ‘낡은 P형 화재수신기’가 조합된 저급한 소방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러한 조합은 오작동으로 인한 고의적 경보 차단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3천원대 저가형 감지기는 잦은 오작동으로 인해 관리자들이 경보를 임의로 차단하는 관행을 만들어낸다. 실제 화재 상황에서도 평소 습관대로 경보를 차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번 안전공업 화재에서도 직원들은 경보가 울렸다가 곧바로 꺼졌다고 진술했지만, P형 수신기의 한계로 인해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내 소방시설 기준은 비용과 타협한 후진국형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화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화셔터 업계, 통합 안전시스템 구축 필요성 대두

이번 사건은 방화셔터 및 소방시설 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순히 개별 소방시설의 성능만으로는 화재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감지-경보-대응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방화셔터는 화재 시 연기와 화염의 확산을 차단하는 핵심 설비로, 화재수신기와의 연동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구형 P형 수신기는 방화셔터의 작동 이력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해 화재 후 대응 과정을 검증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방시설 전반의 디지털화와 기록 보존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저가형 감지기 사용을 제한하고 신뢰성 높은 장비 도입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방화셔터 업계에서는 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소방시설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실시간 모니터링과 함께 모든 작동 이력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사고 발생 시 정확한 원인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국내 소방시설 기준의 전면적 재검토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신축 건물뿐만 아니라 기존 건물의 소방시설 업그레이드를 위한 정부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처: 소방방재신문, 용혜인 의원실, 셔터뉴스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