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 아트리움, 대형 상업시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화스크린셔터. 철재셔터에 비해 무게가 20분의 1에 불과하고 설치가 자유로워 최근 급속히 보급되고 있지만, 정작 이 셔터가 화재 시 제대로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 연구팀이 영국 BS EN 15269-11 기준을 바탕으로 수행한 실화재 실험에서, 대형 스크린셔터의 심각한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

스크린셔터, 왜 위험한가

스크린셔터의 셔터면은 실리카, 글래스섬유 등 방화 성능이 확보된 원단으로 만들어진다. 원단의 중량은 약 0.7kg/㎡으로 철재셔터의 20분의 1 수준이라 건축물에 전가되는 하중이 적고 시공 효율이 높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원단은 휨에 대한 강성이 없어 면내 방향의 압축력을 지지할 수 없고, 인장력만 지지할 수 있다. 더구나 고온에 노출되면 원단이 수축하는 특성이 있으며, 화재 시 발생하는 압력(화재압)으로 셔터면이 팽창되면서 측면 가이드레일에 고정된 엔드락 부분에서 파손이 발생할 수 있다.

현행 국내 기준에서는 방화셔터를 8m×4m까지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 ‘대형방화셔터’로 분류해 구조기술사의 검토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검토의 구체적인 세부항목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특히 철재셔터와 스크린셔터를 구분한 검토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실험 설계: 영국 기준 적용한 3단계 검증

연구팀은 영국 BS EN 15269-11 기준과 일본 셔터문협회의 기술표준을 비교 검토한 뒤, 체계적인 검토 방법을 제시하는 영국 기준을 바탕으로 성능평가 방법론을 수립했다. 실험은 3단계로 진행됐다.

첫째, 10m×6m 규격의 대형셔터와 동일한 재료(실리카 0.5mm, 탄화매트 3mm, E-Glass 0.6mm의 3중 복합재료)로 3m×3m 시험체를 제작해 2시간 내화시험을 수행하며 수평·수직 수축률을 5분 간격으로 측정했다. 둘째, 측정된 수축률을 바탕으로 수평·수직 응력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실제 대형셔터에 가해지는 하중을 산출했다. 셋째, 1m×1m 소형시험체에 산출된 하중을 가력하여 내화시험을 수행하며 셔터면의 건전성을 확인했다.

스크린셔터 구조 및 내화시험 전·후 비교 (출처: 손종원 외, 2025, Fig. 1~3)

충격적 결과: 12분 만에 찢어짐

내화시험에서 측정된 수평 수축률은 0.48%였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수평방향 결정 하중은 1,786.04N(182.06kgf)이었다. 엔드락과 가이드레일 이격거리를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15mm에 여유율을 가산한 25mm로 설정해 실험한 결과, 내화시험 시작 12분 만에 가이드레일과 엔드락 부분에서 셔터면의 찢어짐이 발생했다. 방화셔터의 요구 내화시간인 60분의 5분의 1에 불과한 시간이다.

반면 수직방향 결정 하중은 193.75N(19.75kgf)으로 수평방향의 10분의 1 수준이었고, 2시간 내화시험 동안 셔터면의 찢어짐은 발생하지 않았다. 스크린셔터의 구조적 취약점이 수평방향, 특히 가이드레일 부분에 집중되어 있음이 명확히 확인된 것이다.

수평방향 실험 후 찢어짐 발생 모습 및 이격거리별 응력 변화 그래프 (출처: 손종원 외, 2025, Fig. 10, Fig. 12)

이격거리 48mm 이상이면 건전성 확보 가능”

가이드레일과 엔드락의 이격거리를 변수로 한 응력 분석 결과, 이격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가이드레일에 가해지는 하중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셔터박스 부분은 이격거리와 무관하게 19.75kgf로 일정했다. 연구팀은 셔터박스의 하중(19.75kgf)과 동등한 수준인 30.5kgf까지 가이드레일 하중을 낮추려면 최소 48mm 이상의 이격거리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손종원 전문위원은 “현재 엔드락과 가이드레일의 이격거리에 관한 시방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업계가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15mm는 구조적 안전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며 “본 연구가 대형방화스크린셔터의 규격 산정 기준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원단 특성과 추가적인 이격거리 조건에 대한 후속 연구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