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내 화재 발생 시 연기와 유독가스가 덕트를 타고 번지는 것을 막는 핵심 설비인 모터 구동형 방화댐퍼(MFD: Motorized Fire Damper)를 둘러싸고, 구동부 성능기준 세분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감지기 연동 방식이 제도권에 편입된 이후에도 액추에이터 규격, 전원 차단 시 폐쇄 보장 체계, 블레이드 축 고정 방식 같은 핵심 항목들이 관련 기술기준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시공 현장에서 제품 혼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KHARN 보도를 보면,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계기로 감지기 연동형 방화댐퍼가 제도에 편입됐다. 이전까지 주류를 이루던 퓨즈링크 방식은 특정 온도 임계값에 도달해야 비로소 댐퍼가 작동하는 구조로, 온도가 낮은 화재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유독가스를 신속히 막는 데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감지기 연동형은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려는 목적으로 채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하위 기술기준과 표준시방서를 살펴보면, 구동부 핵심 요소인 액추에이터의 물리적 규격, 전원 상실 상황에서의 작동 방식, 액추에이터와 댐퍼 블레이드 축 사이의 결합 구조 등이 어느 항목에도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세부기준 공백이 부른 현장 혼용 문제

현재 기준 체계는 감지기와의 연동 여부만을 요건으로 삼고 있어, 정작 화재·정전 상황에서 댐퍼를 물리적으로 닫는 구동부의 안전성 확보까지는 손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규정의 공백을 틈타 스프링 복귀 기능을 갖추지 않은 Non-Spring Return 방식 모터와, 마찰력에 의존하는 V클램프 체결구조가 현장에서 뒤섞여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방화댐퍼는 공조 운전 중에는 덕트를 열어 두었다가 화재 신호가 감지되는 순간 블레이드를 닫아 연기와 유독가스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원이 정상적으로 공급되는 상황에서는 모터 출력으로 블레이드를 폐쇄할 수 있지만, 정전이나 배선 단선이 일어나면 Non-Spring Return 방식 액추에이터는 자체적으로 폐쇄 동작을 완료할 수단이 없다. 화재 현장에서 전원 손실이 빈번하게 동반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방화구획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대한 결함으로 지목된다.

V클램프 체결구조 또한 마찰력만으로 축을 붙잡는 방식이기 때문에, 설비가 장기간 진동에 노출되면 축이 미끄러지는 슬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액추에이터 자체는 정상 작동하더라도 댐퍼 블레이드 축과의 결합이 풀려 있으면 실제 폐쇄 동작은 이뤄지지 않는다.

4대 개선과제 부상… 업계 영향 주목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네 가지 개선과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첫째는 정전·단선 발생 시 내장 스프링의 기계적 복원력으로 자동 폐쇄를 완료하는 Fail-Safe(Spring-Return) 액추에이터를 의무 사양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마찰 의존형 V클램프를 퇴출하고, 사각축이 직접 맞물려 슬립을 원천 차단하는 Form-fit 방식을 체결 규격으로 표준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온도 신호 없이 연기 감지 신호만으로도 댐퍼 폐쇄가 즉시 이뤄지는 연동 체계를 명문화하는 것이다. 넷째는 유지관리 담당자가 현장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댐퍼 작동 상태를 원격으로 점검할 수 있는 Self-Test 기능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방화구획을 화재 확산 억제를 위한 건축물의 근간 안전장치로 규정하며, 방화댐퍼는 덕트 관통부에서 그 구획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기능한다. 구동부 기준이 비어 있다는 것은 곧 방화구획 완결성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의미이므로, 관련 기준의 조속한 정비가 요구된다.

방화셔터·방화문 업계 역시 이번 논란을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가 있다. 방화구획을 구성하는 설비 전반에 대한 성능 검증 요구 수위가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방화댐퍼 기준 강화는 방화셔터·방화문 등 인접 설비의 세부 성능기준 재점검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Fail-Safe 개념과 원격 Self-Test 기능은 방화셔터 분야에서도 논의 확산이 예상되는 만큼, 업계 전반의 기준 정비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준 개정 논의가 본격 궤도에 오를 경우, 액추에이터 제조사와 댐퍼 시공업체 모두 제품 설계 방식과 시공 절차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출처: KHARN, 셔터뉴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