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반도체 공장의 층간 방화벽 설치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법 시행령’과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8월 24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반도체 생산라인의 공정 특성을 고려해 획일적 방화구획 규제에서 벗어나 성능 기반 화재안전 확보 수단을 병행하는 방향을 핵심으로 한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반도체 공장의 방화벽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동시에, ‘신기술 건축자재 인증’ 제도를 통해 반도체 공장 등 특수 용도 건축물에 적용되는 방화·내화 성능 자재를 확대해 안전성과 기술 혁신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성능과 검증된 자재 활용을 강조하는 해외 화재안전 코드의 원칙과 궤를 같이하는 정책 방향으로 풀이된다.

성능위주설계로 방화구획 의무 대체

아이뉴스24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되면 반도체 공장에서는 설비·배관 공간을 다른 구역과 방화적으로 분리한 뒤, 소방청 성능위주설계 평가단 심의를 거쳐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층간 방화구획을 별도로 두지 않아도 된다. 종전에는 생산 공정이 바뀔 때마다 층간 방화벽을 재시공해야 했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는 비용과 공정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번 규제 완화로 공정 유연성과 설비 재배치가 수월해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다만 성능위주설계와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설비를 통한 화재위험 관리 책임이 그만큼 커진다는 점도 함께 강조된다.

이번 개정안은 국내 방화구획·방화벽 기준이 기존의 획일적 구획 중심에서 성능·리스크 기반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미국 NFPA(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코드 체계에서 오랫동안 강조해온 ‘성능위주 화재안전설계(Performance-Based Design)’의 핵심 원리, 즉 규정 준수 대신 위험도 분석과 검증된 소화 수단으로 동등한 안전 수준을 달성한다는 개념이 국내 산업시설 규제에 부분적으로 수용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방화셔터·방화문 업계 영향 주목

이번 제도 변화는 방화셔터·방화문 업계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에는 반도체 공장 신축 또는 공정 변경 시 층간 방화구획 설치 의무에 따라 방화셔터와 방화문 수요가 일정하게 발생했다. 그러나 성능위주설계 심의를 통해 방화구획 의무가 면제되면 해당 시설에서의 방화셔터·방화문 설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성능위주설계 심의 과정에서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설비와 함께 방화셔터의 성능 기여도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설계에 포함될 경우, 고성능·고신뢰도 제품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업계 입장에서는 단순 규격 충족 제품보다 성능 데이터와 인증을 갖춘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시장 구조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신기술 건축자재 인증 제도 확대 방침 역시 방화·내화 자재 제조사들에게 기술 혁신과 인증 취득을 통한 시장 진입 기회를 넓혀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의 이번 입법예고는 8월 24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 개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방화 및 소방 업계 관계자들은 개정안의 세부 요건과 성능위주설계 평가 기준이 어떻게 구체화될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출처: 이데일리, 아이뉴스24, 셔터뉴스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