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셔터는 물류시설의 방화구획을 형성하는 핵심 설비다. 화재 시 자동으로 하강해 불길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본래 역할이다. 그런데 이 방화셔터가 오히려 비화재실에 불을 옮기는 ‘불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실험 결과가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나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방화셔터에 비차열 60분의 내화성능만 요구하고 있다. ‘비차열’이란 불길은 막지만 열은 통과시킨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철재 방화셔터 1종과 스크린 방화셔터 3종에 대해 KS F 2268-1 기준의 표준 시간-온도 곡선에 따라 2시간 가열하면서 복사열량·복사온도를 측정하고, 실제 수용물품의 착화 여부를 관찰하는 실물모형 실험을 수행했다.
3m 거리에서도 89분 만에 착화
철재 방화셔터 앞 1m, 2m, 3m 이격거리에 팔레트랙과 수용물품(골판지 박스+스티로폼)을 배치한 결과, 각각 14분, 32분, 89분 만에 착화됐다. 착화 시점의 복사온도는 301~319℃로, 종이의 발화온도인 300℃와 거의 일치했다. 방화셔터가 화재를 차단하는 동안에도 복사열이 비화재실의 가연물을 발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 이격거리별 수용물품 착화 모습 및 복사온도 그래프 (출처: 서희원 외, 2023, Fig. 10, Fig. 11)
스크린 방화셔터, 장시간 기준으로는 더 우수
흥미로운 점은 스크린 방화셔터가 초기에는 철재보다 복사열이 높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장시간 기준으로는 스크린 방화셔터가 복사열 제한에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공부가 있는 Silica 원단 2겹 구조의 스크린 방화셔터는 모든 이격거리에서 복사온도가 300℃를 넘지 않아 차열 성능이 가장 우수했다.
연구팀은 “방화셔터와 수용물품 사이의 이격거리를 법적으로 규정하거나, 물류시설용 방화셔터에 차열 성능(복사열 제한)을 의무화하는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