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이 올해 소방시설 관련 법령 개정의 큰 틀을 배터리 화재 대응 강화, 지하공간 허가동의 확대, 자체점검 내실화에 두고 추진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전국 예방업무 담당자 역량강화 워크숍’에서 이 같은 방향을 공유하고, 각 시·도 소방본부·소방서 예방 담당자들과 법령 개정 초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향 설정은 2024년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 참사 이후 마련된 재발방지 대책과 국정감사 지적사항을 본격적으로 법·제도에 녹여내는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이번 개정은 ‘소방시설법(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단독이 아니라, 화재예방법(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과 관련 시행령·고시 개정까지 패키지로 엮여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하역사·터널, 허가동의 사각지대 해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하역사와 터널을 건축허가 등 동의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다. 현재 일부 철도·도시철도 시설과 터널은 소방시설 설치·피난계획 심의 과정에서 제도적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고, 대형 화재 발생 시 대규모 인명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소방청은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철도·도시철도시설과 일부 터널 등을 허가동의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설계 단계에서부터 소방시설·피난계획을 통합 검토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리튬전지 시설, 소방설비 의무화로 제도 공백 메운다

아리셀 공장 화재 이후 정부는 전지제품·공장 관리기준 강화, 리튬전지 특수가연물 지정, 금속화재 대응 소화기 기준 개정, 전지공장 피난안내용 시각경보기 의무화 등 다수의 과제를 추진해 왔다. 올해 소방시설법 개정 방향에서는 이 흐름과 연계해 리튬전지 저장·취급시설에 대한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는 단순히 위험물 기준을 손보는 수준을 넘어, 리튬전지 생산·보관·물류 시설에 필요한 소화설비·경보설비·피난설비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배터리 특성을 반영한 설비 유형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이다.

물분무 소화설비, 스프링클러 대체 인정 범위 재정비

개정 방향에는 물분무 등 소화설비를 스프링클러설비의 대체로 인정하는 규정을 보완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현재 일부 시설에서는 물분무설비를 설치하고도 스프링클러 기준 충족 여부가 불명확해 이중 설치나 과도한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 성능과 적용대상을 재정의해 합리적인 대체 관계를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설계·시공·유지관리 단계에서 실제 화재 위험 특성에 맞는 설비 조합을 선택하면서도, 법적 요구 성능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비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과제: 세 가지 시장에서 재편 신호

이번 개정 방향이 확정되면서 관련 업계에는 분명한 과제가 생겼다.

첫째, 리튬전지 제조·보관·물류 시설은 배터리 특성을 고려한 소화·경보·피난 설비 패키지 개발이 시급하며, 특수가연물·위험물 규제와 연계된 시스템 설계 역량이 요구된다. 둘째, 지하역사·터널·철도시설은 초기 설계 단계부터 소방시설·피난계획을 통합 반영해야 하므로, 건축·철도·소방 전문 설계사 간 협업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셋째, 소방시설 점검·유지관리 시장은 자체점검 내실화 기조에 따라 형식적 점검에서 벗어나, 실질 성능 확인과 리스크 기반 점검으로 전환하는 역량이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소방시설법령 개정 방향은 배터리·지하공간·숙박시설 등 위험도가 높은 시설군을 중심으로 소방시설 설치·점검·허가체계를 재정렬하는 출발점이다. 업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소방방재신문 ‘올해 소방시설 법령 개정 방향’ 관련 기사, 소방청·행정안전부·관계부처의 아리셀 화재 재발방지 대책 및 전지공장 화재 관련 보도자료, 주요 언론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