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서해구 석남동의 쿠팡 32물류센터에서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께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소방헬기를 포함한 장비 242대를 투입해 무려 109시간에 걸친 진압 활동 끝에 불길을 잡았다. 2021년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엿새 만에 진화된 데 이어, 이번 화재 역시 나흘 이상 이어지면서 대형 창고시설의 화재안전 문제가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소방방재신문에 따르면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8층, 연면적 29만9308.3㎡ 규모로 축구장 42개에 달하는 대규모 물류시설이다. 2020년 5월 4일 건축허가를 받았으며 2023년 8월 14일 사용승인이 났다. 화재는 차량 램프를 기준으로 나뉜 A·B 구역 중 B 구역 6층에서 최초 발화했다. 건물 관계자 121명이 대피했으며 소방대원 2명이 각각 연기 흡입과 탈진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산적한 가연물과 복잡한 건물 구조로 인해 소방대의 내부 진입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화 법규 적용 제외…소급 부재가 피해 키웠나
이번 화재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해당 건물이 정부의 창고시설 화재안전 강화 법규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소방방재신문에 따르면 쿠팡 32물류센터에는 분당 80ℓ 인랙 스프링클러와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이 건물은 강화된 창고시설 화재안전기준이 제정되기 4년 전에 이미 건축허가를 받은 탓에 습식 스프링클러 등 강화된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규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이번 대형 화재의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존 건물에 대한 보강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메자닌 구조의 위험성도 이번 화재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메자닌은 층과 층 사이에 설치되는 중간 구조물로, 일반 스프링클러만으로는 화재 진압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이번 화재에서도 복잡한 내부 구조가 소방대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방화·셔터 업계에도 파장…기존 시설 보강 논의 불가피
이번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방화셔터·방화문 등 건축 방화설비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형 물류창고는 층별 구획 면적이 넓고 가연물 적재량이 막대해, 방화구획 설비의 성능이 화재 확산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기존 대형 창고시설에 대한 방화구획 실태 점검과 방화셔터·방화문의 성능 기준 강화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급 적용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부상할 경우, 기존 건물의 방화설비 보강 수요가 업계 전반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복되는 대형 창고 화재가 법·제도 개선의 촉매제가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년 사이 두 차례의 대형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겪으면서, 창고시설에 대한 화재안전 기준의 실효성과 기존 건물 소급 적용 여부를 둘러싼 제도적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소방당국과 관계 부처가 어떤 후속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소방방재신문, 셔터뉴스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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