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샷다’에서 ‘무지개 셔터’로, 60년의 변천사

‘샷다’라는 용어는 영어 ‘shutter’에서 유래됐으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에 정착했다. 1960년 12월 조선일보에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당시 시장 주변 공업사에서 자체 제작되던 제품을 지칭했다. 1969년에는 한일건재공업에서 ‘한일 스프링 샷다’ 광고가 등장하며 대량 생산 시대가 열렸다.

초기 셔터는 군청색 철재로 제작되어 녹이 잘 슬고 무거웠다. 1970년대 알루미늄 셔터가 도입되면서 가볍고 다양한 색상 도색이 가능해졌고, 서울시의 ‘아름다운 도시 경관 조성’ 정책에 따라 셔터도 산뜻한 색깔로 단장하라는 가로환경 정비 지침이 내려졌다.

■ 1988 서울올림픽, ‘무지개 샷다’ 탄생의 계기

1980년대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시는 청회색 위주의 셔터 색상을 미색 계통으로 교체하고, 전통시장의 환경 미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1988년에는 거의 모든 시설물이 새로운 색상으로 단장되었고, 종전의 단일 색상에서 4~5가지의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빨강·노랑·파랑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무지개 샷다’가 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셔터 제조업체와 시장 상인들 모두 색상 선택의 구체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답변은 단순히 ‘예뻐서’였지만, 이 삼색 조합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미관상 이질적이지 않았다.

 

오방색과 벽사 신앙이 셔터에 깃들다

윤서진 연구자는 이 현상을 한국인의 전통 색채의식과 연결하여 분석했다. 한국의 전통 오방색에서 적색은 벽사(辟邪)의 의미로 악귀를 쫓고, 청색은 잡귀를 물리치며 생명의 기운을 소생시키고, 황색은 안정과 번영을 상징한다. 이러한 전통 신앙이 셔터의 방범·방화 기능과 자연스럽게 결합했다는 것이다.

연구자는 “무지개 색상의 셔터는 한국인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오방색에 대한 색채 의식에 의해 결정되었으며, 이로써 한국만의 독자적인 셔터 디자인이 탄생했다”고 분석했다.

핵심 메시지

이 연구는 한국의 일상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셔터라는 독특한 매개체를 통해 밝혀냈다. 단순한 방어 장치에서 출발한 셔터가 시대와 물질문화의 변화에 따라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요소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