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서 연쇄 방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인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난동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의 안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개방형 공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구조적 취약성을 공유하며, 방화설비를 포함한 건축 안전 인프라 전반의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삼동 연쇄 방화와 인천 흉기난동, 개방형 시설 취약성 노출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10월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약 200m 거리를 두고 위치한 빌딩 두 곳에 7분 간격으로 불이 났으며, 이 사건으로 19명이 다쳤다. 경찰은 방화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같은 달 13일에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홈플러스가 입점한 대형 상업시설에서 5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8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의자는 건물 내부 여러 층을 이동하며 범행을 이어가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에게 제압됐다. 두 사건은 범행 수법과 동기에서 차이가 있지만,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건물에서 발생해 다수의 피해자를 낳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대형마트, 쇼핑몰, 일반 사무용 빌딩 등 개방형 다중이용시설은 이용객의 자유로운 출입을 전제로 운영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외부인의 접근을 사전에 제한하거나 위험 인물을 미리 가려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중이용시설은 워낙 불특정 다수가 돌아다니기 때문에 누가 위험한 사람인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설별 보안 체계가 제각각인 현실에서 위험 인물 식별과 초동 대응 모두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방화설비 실효성, 이번 사건으로 다시 도마 위에

이번 역삼동 연쇄 방화 사건은 건축물 내 방화설비의 실질적 작동 여부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과 「건축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에 방화셔터, 방화문, 스프링클러 등 방화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설비가 설치되어 있더라도 평상시 관리 상태, 작동 점검 이력, 화재 발생 시 실제 연동 여부에 따라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소방청이 발표한 다중이용시설 소방특별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화셔터와 방화문의 폐쇄 기능 불량, 연기감지기와의 연동 오류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역삼동 사건에서 소방 화재조사관들이 현장 감식에 나선 것도 방화설비 작동 여부와 화재 확산 경로를 규명하기 위한 절차의 일환이다. 화재 발생 시 방화셔터가 제때 하강해 연기와 불길의 확산을 차단했는지, 방화문이 정상적으로 닫혀 피난 경로를 보호했는지가 피해 규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된다.

방화·셔터 업계, 유지관리 수요 확대 기대와 책임 강화 우려 공존

이번 사건들은 방화셔터·방화문 업계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친다. 강력범죄와 방화 사건이 잇따를 때마다 다중이용시설의 안전설비 점검과 교체 수요가 단기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시설 관리자와 건물주가 방화설비의 유지관리 상태를 자체 점검하거나 전문 업체에 점검을 의뢰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 빌딩과 대형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방화셔터 교체 및 연동 시스템 업그레이드 문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사고 발생 이후 설비 제조사나 시공사에 대한 책임 소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화설비가 정상 설치되었더라도 건물 관리자의 유지보수 소홀로 기능이 저하된 경우, 사고 발생 시 책임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방화셔터·방화문 제조 및 시공 업체들은 납품 이후 정기 점검 서비스와 유지관리 계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조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설비의 설치 단계뿐 아니라 운용 단계에서의 안전성 확보가 업계 전반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다중이용시설에서의 강력범죄와 방화 사건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건축 방화설비의 설치 의무화를 넘어 실질적인 작동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화셔터와 방화문이 화재 발생 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정기 점검 주기 단축, 연동 시스템 의무 검증 등 구체적인 관리 기준 강화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

출처: 뉴시스, 셔터뉴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