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현장에서 건의서 전달… 셔터 업계 5대 현안 총정리

대한셔터협회는 5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화재에 안전한 산업현장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 공동 주관사로 참여해, 셔터 업계의 생존권과 직결된 5대 핵심 현안을 담은 정책 건의서를 국토교통부에 직접 전달했다. 건의 사항은 KS 규격 진행 상황, 내구연한 도입, 시공자 교육, 재시험 주기 완화, 시험방법 개선 등 제조·시공·유지관리의 전 생애주기를 아우른다.

건의 ①: KS F 4510 규격 진행 상황 — ‘아직은 제자리’

협회는 방화셔터의 표준 규격인 KS F 4510 관련 진행 상황을 질의했다. 국토부는 현재까지 별도로 업데이트된 사항이 없다고 안내하면서도, 향후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복합방화셔터(CDS) 품목 신설(6월 20일 인정 신청 개시)에 맞춰 KS 규격도 조속히 정비돼야 제조사들이 명확한 기술 기준 아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규격 미정비 상태가 장기화되면 시장 진입 지연과 품질 편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협회 차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건의 ②: 방화셔터 내구연한 및 유지관리 기준 — ‘수십 년 방치의 사각지대 해소’

건축물 준공 후 수십 년간 방치된 방화셔터가 화재 시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협회는 명확한 내구연한 설정과 유지관리 기준의 법제화를 강력히 요청했다.

국토부는 ‘제도의 방향성에는 깊이 공감하나 구체적인 검토 및 표준 기준 마련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긍정적 검토 의향을 밝혔다. 현재 소방시설의 경우 정기 점검과 교체 주기가 법제화돼 있으나, 건축자재인 방화셔터에는 이에 준하는 유지관리 체계가 부재한 상태다.

내구연한이 설정되면 노후 셔터 교체 수요가 제도적으로 창출되어 시장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건축물 소유자에게 교체 비용 부담이 전가되는 만큼, 단계적 도입과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지원 방안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건의 ③: 시공자 교육 의무화 — ‘설비는 완벽해도 시공이 틀리면 무용지물’

5대 건의 중 가장 주목받은 의제가 시공자 교육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수년간 ‘방화셔터의 화재 차단 성능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현장 시공 품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반복 강조해 왔다.

방화셔터는 KS 5종 시험(문틀충격→개폐반복→차연→내화→내충격)을 통과한 제품이라 해도, 현장에서 가이드레일 고정 불량, 셔터 하단 밀봉(바텀바) 미시공, 방화구획 관통부 충전 누락 등이 발생하면 화재 시 연기와 화염이 그대로 통과한다. 제품 성능이 100점이어도 시공 부실 하나로 0점이 되는 구조다.

건기연 관계자는 토론회 현장에서 ‘화재 시험장에서는 완벽히 작동하는 셔터가 실제 건물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시험 조건과 현장 조건의 격차를 메우는 것은 결국 시공자의 전문성’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의 현실: 전문 교육 없이 경험과 감(感)에 의존하는 시공

현재 방화셔터 시공은 별도의 자격 요건이나 교육 의무 없이 이뤄지고 있다. 셔터 제조사의 자체 시공팀이나 하청 시공업체가 담당하는데, 교육 체계가 부재한 상태에서 숙련공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도제식 전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복합방화셔터(CDS), 대형 개구부용 특수 셔터, 방화구획 연동 시스템 등 고도화된 신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의 경험 기반 시공만으로는 품질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CDS는 방화문과 셔터를 하나의 프레임에 통합하는 복잡한 구조여서, 방화문 시공 노하우와 셔터 시공 노하우를 동시에 갖춘 기술자가 필요하다.

또한 신축뿐 아니라 리모델링 현장에서의 방화셔터 교체·보강 공사도 증가 추세인데, 기존 건축물의 구조적 제약 속에서 방화 성능을 확보하는 시공은 신축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협회의 교육 시스템 구축 방향: ‘자격 체계 → 정기 교육 → 현장 평가’ 3단계

대한셔터협회는 토론회에서 시공자 전문 교육 프로그램 준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협회 차원에서 추진하는 시공자 전문 교육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필요시 적극적인 제도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협력 가능성이 열렸다.

업계와 학계가 공유하는 교육 시스템의 방향성은 크게 3단계로 요약된다.

첫째, 자격 체계 수립이다. ‘방화셔터 시공관리사(가칭)’ 등 민간 자격 제도를 신설해, 일정 시간의 이론·실습 교육을 이수하고 평가를 통과한 기술자만 방화셔터 시공에 참여할 수 있는 진입 기준을 마련한다. 초기에는 민간 자격으로 시작하되, 실적이 축적되면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승격하는 로드맵이 현실적이다.

둘째, 정기 보수교육 체계 구축이다. 자격 취득 후에도 매 2~3년마다 최신 제품·규격·시공법 변화를 반영한 보수교육을 의무화한다. 특히 복합방화셔터, 단열방화셔터 등 신규 품목이 도입될 때마다 해당 제품군에 특화된 특별 교육 과정을 운영해 기술 공백을 방지한다.

셋째, 현장 시공 품질 평가 제도다. 교육을 이수한 시공자가 실제 현장에서 시공한 결과물에 대해 제3자 검수(감리 또는 협회 파견 검수원)를 실시하고, 시공 품질 데이터를 축적해 우수 시공업체 인증과 연계한다. 이는 발주자(건축주·시행사)의 시공사 선정 기준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교육 커리큘럼 구상: 이론 40% + 실습 60%의 현장 밀착형

교육 내용은 이론과 실습을 4:6 비율로 구성하는 것이 업계의 공감대다. 이론 교육은 방화구획 관련 법규(건축법, 소방시설법), KS 규격 해설, 내화·차연 성능의 원리, 시공 도면 판독법 등을 포함한다.

실습 교육이 핵심이다. 가이드레일 설치 및 수직도 측정, 셔터 본체 조립 및 텐션 조정, 바텀바(하단 밀봉) 시공과 바닥면 밀착 검증, 관통부 내화충전 시공, 연동 제어반 결선 및 연기감지기 연동 테스트, 시운전 및 비상수동 개방 확인 등 실제 현장과 동일한 조건에서의 반복 훈련이 포함돼야 한다.

복합방화셔터의 경우 방화문 힌지·도어클로저 조정, 셔터-방화문 간섭 해소, 일체형 프레임 수평·수직 정밀도 확보 등 추가 실습 항목이 필요하다. 건기연의 시험 기준(문틀충격→개폐반복 20회→차연→내화→내충격)을 시공자가 직접 체험함으로써 ‘왜 이 수준의 시공 정밀도가 필요한지’를 체감하게 하는 것이 교육 설계의 핵심이다.

선진국 사례: 영국 FIRAS 인증 시공제도의 시사점

영국의 FIRAS(Fire Industry Association Registration and Assessment Scheme)는 방화구획 시공자를 대상으로 한 제3자 인증 제도로, 등록된 시공업체만 방화문·방화셔터·관통부 밀봉 시공에 참여할 수 있다. FIRAS 인증은 시공자 교육 이수, 현장 시공 품질 감사, 연간 갱신 심사로 구성되며, 건축 보험사들이 FIRAS 인증 시공을 사실상 의무로 요구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한국의 경우 건축부문 보험 시장의 성숙도가 다르지만, 협회 인증 시공제도가 발주자의 시공사 선정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내구연한 도입(건의 ②)과 결합하면 노후 셔터 교체 시 인증 시공업체를 우선 선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교육 투자의 실질적 회수 경로가 확보된다.

건의 ④: 품질인정 재시험 주기(5년) 완화 — ‘영세 업체의 비용 한계’

현행 법령상 복합 자재 품질인정 재시험은 5년마다 실시해야 한다. 협회는 이 주기가 영세한 중소 자재 업체들에게 과도한 비용·운영 부담을 안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국토부는 ‘도입 초기인 재시험 합격률과 업계 품질관리 수준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확인되면 향후 주기를 완화하거나 검토할 수 있다’며 전향적으로 답변했다. 업계에서는 7~10년으로의 연장, 또는 중간 서류 심사와 말기 실물 시험의 이원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건의 ⑤: 단열방화·단열 셔터 시험방법 개선 — ‘합리적 기준 재정립’

국토부는 건기연으로부터 단열방화셔터 관련 민원이 제기됐음을 언급하며, 현재 논란 중인 시험방법에 대해 상호 내용을 공유하고 합리적인 기준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합의했다.

단열방화셔터는 내화 성능과 단열 성능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시험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합격·불합격을 가르는 만큼 시험 기관과 제조사 간 명확한 합의가 필수적이다.

앞으로의 과제: ‘교육이 시장을 만든다’

대한셔터협회의 5대 건의는 개별 이슈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체계로 연결된다. 내구연한이 도입되면 교체 수요가 생기고, 교체 시공에는 인증된 시공자가 필요하며, 시공 품질이 담보되면 재시험 합격률도 안정되어 재시험 주기 완화의 근거가 된다. 그 중심에 시공자 교육 체계가 있다.

협회 관계자는 ‘교육 시스템 구축은 단순한 기술 전수를 넘어, 셔터 산업의 전문성과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라며 ‘올해 하반기 중 교육 커리큘럼 초안을 확정하고, 건기연·국토부와의 협의를 거쳐 2027년 상반기 첫 교육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방화셔터는 화재 시 인명을 보호하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그 방어선의 강도는 공장의 시험장이 아닌 현장의 시공자 손끝에서 결정된다. 교육이 시장을 만들고, 시장이 안전을 만드는 선순환의 첫 걸음이 시작됐다.

참고 출처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화재에 안전한 산업현장 구축을 위한 토론회’ 속기록 (2025. 5. 13.)
대한셔터협회, ‘5대 현장 애로사항 및 정책 건의서’ (2025. 5. 13.)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방화셔터(CDS) 품질인정 시험기준 설명회 자료 (2026.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