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고시원을 포함한 다중생활시설의 건축기준을 전면 재검토하는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핵심은 욕조 설치 허용과 책상 의무 규정 폐지다. 그동안 고시원은 건축법령상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돼 내부 구조와 설비에 관한 세부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돼 왔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기준을 중심으로 규제를 완화해 1인 가구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향신문과 조선비즈 보도 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고시원 내 욕조 설치를 허용하고, 기존에 의무적으로 갖춰야 했던 책상 설치 요건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건축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고시원을 사실상 원룸형 주거 공간에 가깝게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 환경을 바꾸는 조치다. 1인 가구 증가와 주거비 부담이 사회적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다중생활시설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중생활시설 기준 변화의 배경

고시원은 건축법상 제2종 근린생활시설 또는 숙박시설이 아닌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주거용 건축물과는 다른 별도의 기준이 적용돼 왔다. 욕조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책상을 반드시 비치해야 하는 등의 규정은 고시원이 처음 제도권에 편입되던 시기의 기준을 그대로 유지해 온 것으로, 현재의 1인 가구 주거 수요와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토부는 이러한 현실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안전 기준은 유지하되, 생활 편의와 관련된 규정은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재정비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번 개정이 완료되면 고시원 운영자는 입주자의 수요에 맞춰 내부 구조를 보다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욕조 설치 허용은 고시원의 주거 품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조치로, 기존 원룸과의 경계를 좁히는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책상 의무 폐지는 고시원 본연의 기능인 학습·업무 공간으로서의 성격이 약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방화·소방 설비 기준과의 연계 주목

다중생활시설의 건축기준 개정은 단순히 내부 설비 규정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물의 용도와 구조가 바뀌면 이에 연동된 방화 및 소방 설비 기준도 함께 검토 대상이 된다. 고시원은 불특정 다수가 밀집해 거주하는 시설 특성상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가 클 수 있어, 방화셔터·방화문·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에 관한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돼 왔다. 이번 개정이 내부 구조 변경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만큼, 방화 구획 설정과 방화셔터·방화문의 설치 위치 및 사양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욕조 설치로 인한 수분 환경 변화나 내부 구획 변경은 방화 구획의 재설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방화셔터와 방화문의 추가 설치 또는 교체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개정은 안전과 무관한 기준을 손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구조 변경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관련 소방·방화 기준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방화·셔터 업계에 미치는 영향

이번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은 방화셔터·방화문 업계에 새로운 수요 창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고시원 내부 구조 변경이 허용되면 기존 시설의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방화 구획 재설정에 따른 방화셔터 및 방화문 교체·신규 설치 공사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욕조 설치로 인해 내부 공간이 재편되는 경우, 기존 방화 구획선이 변경될 수 있어 관련 설비의 재시공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단기적으로는 리모델링 시장에서의 방화 설비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행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시장 규모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방화셔터·방화문 업계는 국토부의 최종 개정안 발표와 함께 소방청의 관련 고시 변경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건축기준 변화가 소방 설비 기준 개정으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가 발생할 경우, 업계 전반의 제품 라인업과 시공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될 수 있다.

국토부의 이번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 추진은 1인 가구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정책 방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안전 기준과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향후 개정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방화·소방 업계는 개정안의 세부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에 맞춰 선제적인 기술 대응과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경향신문, 조선비즈, 셔터뉴스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