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만여 전문건설사업자들이 수주 불균형을 비롯한 불공정 경쟁체제 정상화를 촉구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는 4월 28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를 찾아 불공정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회원사 탄원서 40만8391부를 전달하고 건설정책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3.5톤 트럭에 가득 실린 탄원서 박스만 85개에 달했다. 전문건설업계가 업역 개방 5년 만에 생존권 수호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누적된 시장 불균형과 올해 말로 예정된 보호구간 일몰이라는 이중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종합업체 전문시장 진출 57% vs 전문업체 8.7%
전문건설업계의 위기는 2021년 공공, 2022년 민간 부문에 단계적으로 시행된 종합·전문 건설업 간 업역 폐지에서 비롯됐다. 상호경쟁으로 건설산업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 제도가 현장에서는 전문의 먹거리는 뺏아가고 종합의 배만 불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전문건설신문에 따르면 대한전문건설협회가 파악한 수치는 불균형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종합업체의 전문시장 진출 비율은 약 57%에 달하는 반면, 전문업체의 종합시장 진출은 8.7%에 그치고 있다. 보호구간이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종합·전문 간 수주 격차는 여전히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시장 진입 조건의 불균형도 뚜렷하다. 종합업체는 별다른 면허 없이 전문공사 시장에 진출할 수 있지만, 전문업체가 종합공사 시장에 진입하려면 해당 공사에 필요한 전문면허를 전부 보유하고 등록기준 충족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 전문건설업체 5만7000개사 중 66.7%인 약 3만8000개사가 전문면허를 1개만 보유하고 있어 이들에게 종합시장 진출은 사실상 원천 봉쇄된 상태다.
피해는 지역 중소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잠식되는 공사는 4억3000만원 이상 10억원 미만 공사가 80% 이상을 차지하며, 도 단위 지역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해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피해가 심각하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은 “종합건설사가 소규모 전문공사까지 다 따가고, 직접 시공도 안 하면서 마진만 떼고 다시 하도급을 준다”며 “지역 소규모 업체들이 일을 다 빼앗기면서 지역 경제가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방화셔터업계도 직격탄, 전문성 약화 우려
이번 수주 불균형 문제는 방화셔터를 비롯한 소방안전설비 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화셔터 설치는 전문건설업 중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에 해당하는 고도의 전문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다. 건축법 제49조에 따른 방화구획 설치 시 방화셔터는 3시간 내화성능을 확보해야 하며, 정밀한 설치 기술과 사후관리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가 방화셔터 공사를 수주한 후 다시 전문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공사비 절감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자칫 방화셔터의 품질 저하로 이어져 화재 시 인명피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대형 건축물의 방화구획에서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연기 확산을 막지 못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방화셔터 업계는 대부분 중소규모 전문업체로 구성되어 있어 이번 수주 불균형의 직접적인 피해 대상이다. 전문면허 1개만 보유한 업체가 대부분인 방화셔터 업계로서는 종합공사 시장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건설업계 전반의 수주 불균형 해소는 방화셔터를 포함한 소방안전설비의 품질 확보와 직결되는 만큼, 이번 전문건설업계의 집단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전문건설업체들의 생존권 확보와 함께 국민 안전을 위한 전문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전문건설신문, 셔터뉴스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