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지난달 28일 소방시설 설계와 감리의 분리도급 의무화를 골자로 한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방방재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신정훈 의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으나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여전히 계류 중인 상태다.
이번 법안은 소방시설 설계·감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소방시설 품질을 높이고 국민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패널 대부분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는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업무 비효율과 책임소재 불분명, 공종 간 협의 단절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는 2020년 소방시설 공사 분리도급 도입 당시 제기했던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분리도급으로 인한 공사 효율성 저하와 책임 소재 불분명을 우려하고 있다.
소방기술자들의 강한 반발
이번 법안에서 주목할 점은 소방 분야 내부에서도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소방방재신문에 따르면 무려 8845명의 소방기술자가 신정훈 의원실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는 6년 전 공사 분리도급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반대하는 소방기술자들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주요 우려사항으로 제기하고 있다. 현재 소방감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술자들이 분리도급 시행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처우가 악화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특히 중소 소방업체에서 설계와 감리를 겸업하며 근무하는 기술자들의 경우 업무 영역 축소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분리도급이 시행되면 오히려 전문성이 강화되고 독립적인 감리 업무가 가능해져 소방기술자들의 지위와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방화셔터 업계에 미칠 파급효과
소방시설 설계·감리 분리도급 법안은 방화셔터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방화셔터는 소방시설의 핵심 구성요소로서 건축물의 화재 확산 방지와 피난로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분리도급이 시행되면 방화셔터 설계와 감리가 각각 독립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이는 방화셔터의 설치 위치, 규격, 작동 방식 등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세밀한 검토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감리 업무가 독립되면서 방화셔터의 품질 관리와 성능 검증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설계와 감리 업무가 분리되면서 업무 프로세스가 복잡해지고 공사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방화셔터 제조업체들은 설계 단계부터 감리 완료까지 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며, 각 단계별로 서로 다른 업체와 협의해야 하는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분리도급으로 인해 소방시설 전체 공사비가 상승할 경우 방화셔터 업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방화셔터 등 개별 품목의 단가를 낮추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현실적 과제
전문가들은 온전하지 못한 소방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상주 감리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소방감리는 상주감리가 아닌 비상주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품질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저가 수주에 따른 품질 저하 해소와 공정한 입찰기회 부여를 통해 소방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겠다는 법안의 취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기술자들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제도 시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소방기술자 8845명이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단순한 반발을 넘어 제도 설계의 문제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분리도급 시행으로 인한 고용 불안과 처우 악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는 이러한 찬반 논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소방산업 발전과 기술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분리도급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 소방감리 제도 전반의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 소방방재신문, 셔터뉴스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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