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로 시험하고 119㎡를 허용하는 구조
물류창고 방화구획에 설치되는 방화셔터는 폭 10m를 넘기 일쑤다. 그러나 이 셔터가 화재에서 버티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은 가로 3m, 세로 3m 시험체로 이뤄진다. 시험기관의 수직 가열로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 크기가 그 규격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고시와 세부운영지침은 3m×3m 시험 결과를 폭 8m, 높이 4m까지 그대로 인정하고, 어느 한 변이라도 이를 넘으면 대형셔터로 분류해 구조기술사 검토서와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설치를 허용한다. 세부운영지침 부록 3이 정한 상한은 폭 14m, 높이 8.5m다. 면적으로 환산하면 시험체 9㎡의 13배인 119㎡까지 설치가 가능하다.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 손종원·서희원·김대회·홍성호 연구팀은 2024년 한국화재소방학회 추계학술대회 논문에서 이 구조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연구팀은 “시험장비(가열로)의 크기 제한(3m×3m)으로 해당 크기를 초과하는 방화셔터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관련 기준에 따라 8m×4m까지 사용토록 허용되고 있다”며 “방화셔터의 크기 확대와 관련된 구체적인 검토 기준의 부재로 제대로 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대형방화셔터의 인정 및 사용이 허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험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자신들이 수행하는 시험의 한계를 스스로 적시한 것이다.
구조검토 8항목은 있다, 그러나 ‘어떻게 계산하라’가 없다
세부운영지침의 대형셔터 검토 절차가 요구하는 서류는 여덟 가지다. 최종 제품 최대 길이의 휨 강도 검토서, 샤프트·각파이프 등 구조재별 휨 강도 검토서, 풍압에 따른 슬랫·셔터면 재료의 변형 검토서, 셔터면 변형에 따른 끝단 이탈(엔드락 이탈 방지 포함) 검토서, 셔터면 재료의 인장강도 검토서, 하단마감재 중량에 따른 추락 방지 안전성 검토서, 구동 모터의 구조적·전기적 결함에 대한 추락 방지 안전대책 검토서, 고온(538℃)에서 최대 길이 샤프트의 처짐량 검토서다. 목록만 보면 촘촘하다.
연구팀은 2025년 8월 한국방재학회논문집 논문에서 이 목록의 한계를 두 가지로 짚었다. 항목은 명시돼 있으나 “구조검토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항목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방화셔터는 철재셔터와 스크린셔터로 셔터면의 종류에 따라 구분되는데 이를 고려한 검토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온도 조건에서 어떤 물성값을 적용해 어떤 응력을 계산해야 하는지가 비어 있다. 같은 셔터를 두고 검토 주체마다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구조이고, 그 결론이 모두 ‘검토서’로서 효력을 갖는다.
영국 기준이 보여준 길: 하중은 7단계를 거쳐 건물에 닿는다
연구팀이 대안으로 삼은 기준은 영국 BS EN 15269-10(철재)과 15269-11(스크린)이다. 이 기준은 3m×3m 시험 결과를 더 큰 셔터로 확장 적용(Extended Application)하는 절차를 부재별 응력 비교로 규정한다. 핵심은 하중 전달 경로다. 연구팀은 방화셔터가 “셔터면(슬랫 및 스크린 원단) → 배럴 → 샤프트 → 엔드플레이트 → 브라켓 → 앵커볼트 → 건축 구조물” 순으로 하중을 전달한다고 정리하고, 이 경로상 각 부재가 화재 고온에서 받는 응력과 변형을 계산 항목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검증 방법도 구체적이다. 연구팀은 건축 구조물을 포함한 3m×3m 철재 방화셔터 시험체를 제작해 내화시험을 수행하면서 각 구조부재의 온도를 측정하고, 측정 온도에 따른 물성값을 반영해 부재별 응력을 산정했다. 하나의 시험체를 태우되 부재마다 온도 이력을 확보해 더 큰 규격으로 계산을 확장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대형방화셔터의 크기 확대 기준의 작성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손종원 연구팀이 제시한 대형방화셔터의 7단계 하중 전달 경로. 2025년 후속 연구는 브라켓의 고온 처짐을 검토 항목으로 제안했다. (자료: 손종원 외 2024, 셔터뉴스 작도)
2025년 후속 연구: 응력만 보면 브라켓이 먼저 처진다
2025년 춘계학술대회에서 같은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영국 기준은 배럴을 받치는 브라켓의 응력도를 계산해 한계응력과 비교한 뒤 설치 개수를 정하도록 하지만 처짐은 고려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국내 셔터박스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50mm×30mm×3.2mm 각파이프 브라켓을 대상으로 상온과 화재 시 제한 온도인 700℃에서의 탄성계수를 적용해 응력도를 비교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연구팀은 “화재 시 강재의 급격한 탄성계수 감소로 배럴지지 브라켓의 처짐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며 “특히 배럴지지 브라켓이 작을수록 처짐이 급격히 증가하고, 부재의 응력도로 결정될 경우와 부재의 처짐으로 결정될 경우의 배럴지지 브라켓의 지지력이 더욱 작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응력 기준으로는 통과하는 브라켓이 처짐 기준으로는 모자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한계응력과 처짐을 함께 고려할 경우 대형 방화셔터의 구조적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며 다양한 브라켓 규격과 형태에 대한 구조해석을 후속 과제로 제시했다.
현장은 이미 13m 셔터를 쓰고 있다
이 연구가 책상 위의 논의가 아닌 이유는 인정 현황에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2026년 8월 31일 기준 인정 현황표에서 최대 크기가 기재된 대형셔터 인정은 12건이며, 13.0m×7.6m, 12.5m×8.95m, 12.36m×8.9m 같은 제품이 이미 인정을 받아 유통되고 있다. 모두 3m×3m 시험 결과를 구조검토로 확장해 받은 인정이다. 그 구조검토가 어떤 온도 조건과 물성값을 적용했는지는 공개 자료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전문가가 검토했다’는 절차에 기대 온 4년, 이제 온도·물성·처짐을 적은 계산 기준이 필요하다
대형셔터 허용 제도는 구조기술사의 검토라는 절차적 보증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손종원 연구팀의 두 논문이 보여주듯, 제도는 그 검토가 무엇을 어떤 값으로 계산해야 하는지를 적어 주지 않았다. 상온 물성값으로 계산한 검토서와 538℃ 물성값으로 계산한 검토서, 처짐을 빼고 응력만 본 검토서가 현행 기준에서는 모두 같은 효력을 갖는다. 본지는 이것이 대형셔터 제도의 가장 취약한 지점이라고 본다.
대안의 골격은 이미 나와 있다. 하중 전달 경로 7단계를 계산 항목으로 규정하고, 고온 물성값의 적용 조건을 명시하며, 브라켓은 응력과 처짐을 함께 검토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 기준이 채택한 방식이고 국내 연구팀이 실험으로 검증했다. 13m 규격의 셔터가 이미 창고에 걸려 있는 상황에서, 세부운영지침 부록 3의 검토 항목 목록을 계산 조건이 명시된 기준으로 바꾸는 일은 더 미룰 수 없다. 다음 기사는 같은 연구팀이 스크린셔터의 엔드락과 가이드레일 사이 ‘몇 밀리미터’를 실험으로 따진 결과를 다룬다.
ⓘ 집계 기준
이 기사는 손종원 연구팀의 2024년·2025년 학술대회 논문 2편과 2025년 한국방재학회논문집 논문을 근거로 작성했으며, 인용문은 논문 요약과 본문을 발췌 인용했다. 대형셔터 인정 12건의 규격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인정 현황표(2026.8.31 기준) 비고란의 기재다.
- 자료 출처
손종원, 서희원, 김대회, 홍성호. (2024). 대형방화셔터의 크기 확대 기준에 관한 연구. 한국화재소방학회 2024년도 추계학술대회 논문집, 21.
손종원, 서희원, 김대회, 홍성호. (2025). 대형 방화셔터 크기 확대 기준에서의 배럴지지 브라켓 처짐 도입에 관한 연구. 한국화재소방학회 2025년도 춘계학술대회 논문집, 21.
손종원, 서희원, 김대회, 이승재, 홍성호. (2025). 대형방화스크린셔터 엔드락과 가이드레일 이격거리에 따른 셔터면 건전성 확보에 관한 연구. 한국방재학회논문집, 25(4), 89–96. https://doi.org/10.9798/KOSHAM.2025.25.4.89
국토교통부. (2026). 건축자재등 품질인정 및 관리 세부운영지침 부록 3 (대형셔터 검토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