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에 규정된 특별건축구역·건축협정·결합건축 제도를 노후 지역의 단계적 정비 도구로 본격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 기고를 통해 제시됐다. 한창섭 건축연구원장은 건축사신문 특별기고에서 “건축정책의 무게중심을 기존 지역의 계획적 정비 쪽으로 이동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건축사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원장은 2026년 10월 15일 게재된 기고문에서 건축법의 기본 골격이 단위 대지를 대상으로 한 인허가 행정절차와 계획·안전·피난·설비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짚으면서, 건축협정·결합건축·특별건축구역처럼 복수의 대지를 아우르는 공간계획 규정이 그 안에 함께 편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제도가 단일 대지 기준에 대한 특례 조항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특별건축구역·건축협정, 도시계획 수단과의 연계 필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상 지구단위계획이 기반시설 배치와 토지이용 방향, 건축물의 용도·밀도·높이를 종합 조율하는 도시관리 수단으로 기능한다면, 건축협정·결합건축·특별건축구역은 건축기준의 공동 적용과 조정, 특례 부여를 통해 실제 공간환경의 질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고문이 제시하는 핵심 논지는 두 제도군이 상호 배타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기능적 역할을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우리나라가 건축물과 도시 기반시설을 양적으로 확충하던 성장기를 지나 이미 조성된 공간의 성능과 생활 수준을 높여야 하는 성숙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 가용 토지의 물리적 한계를 감안하면 도시 외연을 확장하는 방식만으로는 앞으로의 건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기존 시가지에는 낡은 주택과 방치된 빈집, 만성적인 주차난, 끊어진 보행 동선 등 오랫동안 쌓여온 환경 문제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이를 재개발·재건축 방식의 전면적 도시정비사업으로 일거에 해소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장 여건과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주민이 체감하는 생활환경 개선 필요가 실제 건축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벽이 존재한다.
잠재 수요를 실제 건축 수요로 전환하는 출발점
기고문은 현행 특별건축구역·건축협정·결합건축이 바로 이 구조적 벽을 허무는 보완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주민 입장에서 해당 제도를 쉽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체계를 단순화·통합하는 작업이, 잠재적 개선 의향을 실질적 건축 수요로 끌어내는 첫 단계가 된다는 논리다. 지역 차원에서 공동의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건축기준을 설정한 뒤, 개별 소유자가 건축 행위를 할 때마다 해당 기준을 적용하도록 유도하면 전면 철거·재개발 없이도 생활환경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건축법 전부개정안에 담긴 ‘건축공간의 계획적 조성’ 조항이 이러한 정책 방향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건축시장에 새로운 수요 공간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대지 단위로 적용되던 건축기준을 지역 단위로 확장·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 구축이 선결 과제로 제시됐다.
이번 논의는 방화셔터·방화문·내화충전재 등 건축 안전 설비 분야에도 직접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노후 건축물의 단계적 정비가 본격화되면 리모델링 과정에서 방화구획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방화셔터·방화문 교체 및 신규 설치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건축법령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내화구조 또는 방화셔터·방화문을 이용한 방화구획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어, 기존 건축물 정비 시 해당 기준 적합 여부 검토가 반드시 수반된다. 특히 건축협정을 통해 복수의 대지가 공동 정비 계획을 마련하는 경우, 설비 교체 수요가 단지 단위로 집적될 수 있어 업계의 수주 기반 확대로 연결될 여지가 있다. 건축법 전부개정안의 입법 경과와 제도 활성화 논의의 진행 방향을 업계가 면밀히 추적해야 하는 이유다.
출처: 건축사신문, 셔터뉴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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