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글자 품목코드가 기록한 역전
자동방화셔터의 인정번호는 FDS-NVS25-0320-1처럼 품목코드 세 글자, 연도 두 자리, 월일, 일련번호로 구성된다. NVS는 수직 비차열 방화셔터, 곧 철재 슬랫이 수직으로 내려오는 전통적 구조의 셔터다. OTS는 기타 방화셔터로, 유리섬유나 실리카 원단을 쓰는 스크린형과 표준이 상정한 구조와 다른 철재 제품이 여기에 들어간다. 본지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인정 현황(2026년 8월 31일 기준)에 9월 공고분을 더한 인정번호 209건을 연도별·코드별로 집계한 결과, 두 코드의 비율은 4년 사이 완전히 역전됐다.
2022년은 철재 6건 대 기타 5건이었다. 2023년에는 철재 37건 대 기타 19건으로 철재가 두 배 가까이 많았는데, 제도 시행 초기 기존 철재 제품이 먼저 인정으로 전환된 결과다. 2024년 16대 15로 균형을 이룬 뒤 2025년 17대 35로 기타형이 두 배를 넘었고, 2026년은 9월까지 12대 37로 세 배를 넘어섰다. 해당 연도 신규 인정 중 기타형 비중은 2022년 45%, 2023년 33%, 2024년 43%, 2025년 67%, 2026년 69%다. 누적으로도 기타형 111건이 철재 88건을 앞선다. 일시적 등락이 아니라 추세다.
왜 스크린인가: 무게 20분의 1, 대형 개구부, 그리고 물류창고
역전의 배경은 건축물의 변화에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 손종원 연구팀은 2025년 한국방재학회논문집 논문에서 스크린셔터 원단의 중량이 약 0.7kg/㎡로 “방화철재셔터에 비해 약 1/20로 매우 경량이기 때문에 건축물에 전가되는 하중이 적고, 시공의 효율성이 높아 물류시설, 아트리움과 같은 대형공간에 주로 설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논문은 국가물류통합정보시스템 자료를 들어 2019년 이후 연간 400개 이상의 물류창고가 새로 생기고 있다고 적었다.
인정 현황표의 제품명이 이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5~2026년 신규 인정 제품명에는 ‘스크린방화셔터’, ‘방화스크린’, ‘와이드 스크린 플러스 셔터’, ‘대형 스크린방화셔터’가 줄을 잇는다. 최대 크기가 기재된 대형셔터 인정 12건은 모두 OTS 코드다. 폭 10m를 넘는 개구부를 철재 슬랫으로 막으려면 감기샤프트와 브라켓이 감당해야 할 하중이 과도해진다. 대형 개구부 시장은 구조적으로 스크린형의 몫이 될 수밖에 없고, 물류창고가 늘어나는 한 이 추세는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해당 연도 신규 인정 중 기타(OTS) 비중. (자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인정 현황, 셔터뉴스 집계)
시장의 7할이 ‘기타’로 분류되는 역설
문제는 이름이다. 국내 방화셔터의 기준 표준인 KS F 4510(중량 셔터)은 철재 슬랫, 감기샤프트, 가이드레일, 하단마감재로 구성된 수직 철재 셔터를 전제로 작성됐다. 본지가 2025~2026년 인정서 124건의 세부인정내용을 분석한 결과 123건이 KS F 4510을 인용하고 있었다. 스크린셔터도 철재셔터와 같은 표준으로 개폐 성능을 판정받는다는 뜻이다. 성능 수치도 같다. 개폐속도 평균 2.5~6.5m/min이라는 값이 97건에서 글자 하나 다르지 않게 반복된다.
그 결과 스크린셔터는 표준이 상정한 구조에 들어맞지 않아 ‘기타’가 된다. 같은 업체가 철재 제품은 NVS, 스크린 제품은 OTS로 각각 인정받은 사례가 현황표 곳곳에 있다. 손종원 연구팀은 “방화셔터의 경우 철재셔터 및 스크린셔터의 특성을 고려한 성능평가 수행은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단의 열수축, 엔드락과 가이드레일의 이격, 화재압에 의한 셔터면 팽창은 철재 셔터에는 없는 스크린 고유의 변수인데, 이를 따로 보는 평가 항목이 현행 기준에 없다는 것이다. 분류가 ‘기타’라는 것은 곧 그 제품만의 위험을 평가할 틀이 없다는 뜻이다.
특허도, 취소도 스크린을 가리킨다
특허 통계는 같은 구도를 보여준다. 본지가 분류한 최근 10년 셔터 특허 225건 가운데 방화셔터 160건 중 스크린 등 기타형 대상이 66건, 철재(NVS·IVS) 대상이 17건이다. 가장 많은 기술 주제는 스크린이 가이드레일에서 빠지거나 찢어지는 문제를 다룬 ‘끝단 이탈·추락·처짐'(30건)이었다. 업계는 스크린의 약점을 알고 있고, 그 보완책을 특허로 쌓아 왔다. 표준보다 업계가 먼저 움직인 것이다.
취소 통계도 참고할 만하다. 4년간 취소된 13건 가운데 OTS 6건, NVS 7건으로 건수는 비슷하지만, 2024년 12월 선일기업 3개 제품(원재료 상이 등)과 2025년 12월 예건·월드산업(원재료 상이, 일시정지 중 판매)의 사례처럼 스크린 제품의 취소 사유에는 ‘원재료’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원단 자체가 성능을 결정하는 스크린셔터에서 인정받은 원단과 다른 원단을 쓰는 것은, 철재셔터에서 강판 두께를 바꾸는 것과 같은 성격의 위반이다.
‘기타’라는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 — 스크린 방화셔터의 독립 품목화와 원단 평가 항목 신설
시장의 7할을 차지하는 제품이 ‘기타’로 분류되는 체계는 통계 분류의 문제를 넘어 평가 체계의 문제다. 철재를 전제로 한 표준으로 스크린을 판정하는 한, 원단 수축률과 가이드레일 이격거리처럼 스크린셔터의 성패를 가르는 항목은 인정 심사 밖에 남는다. 2025년 하반기 점검에서 스크린 제품의 원재료 위반이 거듭 확인된 것은 그 공백이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
개선 방향은 분명하다. 인정 품목 체계에서 스크린 방화셔터를 독립 품목으로 세우고, 원단 지지력과 끝단 이탈을 포함한 스크린 고유의 성능평가 항목을 세부운영지침에 넣는 것이다. 영국 BS EN 15269는 철재(-10)와 스크린(-11)을 별도 규격으로 운영한 지 오래고, 국내 연구팀이 그 방법론을 이미 검증했다. 표준이 시장 구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정 심사와 실제 성능 사이의 간극은 벌어진다. 다음 취소 명단이 더 길어지기 전에 품목 체계부터 손봐야 한다.
ⓘ 집계 기준
이 기사의 수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자재등[방화문(셔터)] 인정 현황」(2026년 8월 31일 기준)에 9월 공고분을 더해 2026년 9월 30일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다.
📄 자료 출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26). 건축자재등[방화문(셔터)] 인정 현황 (2026. 8. 31. 기준).
손종원, 서희원, 김대회, 이승재, 홍성호. (2025). 대형방화스크린셔터 엔드락과 가이드레일 이격거리에 따른 셔터면 건전성 확보에 관한 연구. 한국방재학회논문집, 25(4), 89–96.
국가기술표준원. (2021). KS F 4510 중량 셔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24–2026). 방화문(셔터) 인정공고 — 인정취소 공고 제4466·4467·5165·5167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