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재 현장에서 전선 용융흔의 원인을 판별하는 데 최장 10일이 걸리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재해연구센터가 화재 현장에서 촬영한 전선 용융흔 이미지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단락흔인지 외부 화염에 의한 열흔인지를 10초 이내에 판별하는 앱을 개발·운영 중이다. 전기신문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이미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업소와 전국 소방기관에 보급돼 실전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기화재 원인 판별은 화재 조사의 핵심 단계다. 전선 용융흔은 전기적 단락(합선)이 화재를 일으킨 경우와 외부 화염이 전선을 녹인 경우에 각각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 두 가지를 정확히 구분해야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를 특정할 수 있다. 기존에는 육안 감식과 실험실 분석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결과 도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AI 정확도 95%, 전국 5700건 판별 실적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AI 용융흔 판별 기술의 정확도는 초기 약 90% 수준에서 현재 95% 수준으로 향상됐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해당 앱은 2023년부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업소와 전국 소방기관에서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2026년 3분기까지 약 5700건의 전기화재 원인 판별에 사용됐다. 누적 판별 건수가 5000건을 넘어선 만큼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어 정확도는 앞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판별 속도의 혁신도 주목할 만하다. 최장 10일이 걸리던 분석 과정이 10초 이내로 단축됐다는 것은 단순한 업무 효율화를 넘어 화재 조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변화다. 화재 현장 보존 기간이 짧고 증거 훼손 위험이 높은 현실에서 현장 즉시 판별이 가능해진다는 점은 수사 정확도와 피해 구제 속도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방화셔터·방화문 업계, 화재 원인 분석 고도화에 주목해야

방화셔터, 방화문, 내화충전재 등 소방안전 설비 업계에도 이번 기술 발전이 갖는 함의는 적지 않다. 전기화재 원인이 신속·정확하게 판별될수록 화재 발생 경위와 설비 작동 여부에 대한 사후 검증이 더욱 엄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방화셔터나 방화문이 제때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된 경우, 전기화재 원인 판별 결과가 설비 책임 소재 규명의 핵심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반대로 설비가 정상 작동했음에도 전기적 단락이 화재를 키운 경우라면, AI 판별 결과가 설비 제조사나 시공사의 면책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화재 원인 분석 기술의 고도화는 소방안전 설비 업계 전반의 책임 구조와 품질 관리 기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련 업계는 이 기술의 확산 추이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재해연구센터의 AI 용융흔 판별 앱은 현재 전국 소방기관에 보급된 상태로, 향후 판별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모델 정확도와 활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전기화재 조사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이 표준 도구로 자리 잡는 흐름은 소방안전 분야 전반의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전기신문, 부산일보, 셔터뉴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