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재 감식 현장에서 핵심 증거로 활용되는 전선 용융흔(溶融痕) 분석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된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AI 영상분석 알고리즘을 적용해 단락흔(短絡痕)과 열흔(熱痕)을 자동으로 구분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전기화재 원인 규명의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전기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전기화재 발생 시 화재 발생 지점을 추론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전선 용융흔을 AI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는 이미지 분류 분야에서 높은 성능을 인정받은 AI 영상분석 알고리즘인 ‘Swin Transformer’가 적용됐다. Swin Transformer는 이미지를 계층적으로 분석해 세밀한 특징을 추출하는 데 강점을 지닌 딥러닝 모델로, 미세한 형태 차이를 구분해야 하는 용융흔 판별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전선 용융흔 판별, 왜 중요한가

전선 용융흔은 전기화재 감식에서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을 특정하는 핵심 물증이다. 전기적 단락(합선)에 의해 생긴 단락흔과 외부 열에 의해 형성된 열흔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현재는 전문 감식관이 현장 수거 후 실험실에서 정밀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 통상 7일에서 10일이 소요되며, 감식관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판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도 지적돼 왔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개발 중인 AI 시스템은 현장에서 전선 용융흔을 촬영한 뒤 즉시 AI 분석을 수행해 약 10초 이내에 단락흔과 열흔을 구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분석 시간이 수일에서 수초로 압축되면 화재 조사관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원인을 추론하고, 후속 조사 방향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이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학습 데이터 20만 장과 검증 데이터 10만 장을 구축하고 있으며, 최종 판별 정확도 목표치는 95% 이상으로 설정됐다. 대규모 데이터 기반의 학습을 통해 다양한 화재 환경과 전선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판별 성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화·소방 업계에 미치는 영향

이번 기술 개발은 방화셔터·방화문 등 건축 방화설비 업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전기화재 원인 규명이 신속·정확해질수록 화재 발생 경위에 대한 법적·행정적 판단이 빨라지고, 이는 방화설비의 작동 여부와 성능에 대한 사후 검증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재 조사 결과가 단시간 내에 도출되면 방화셔터나 방화문의 연동 작동 기록, 폐쇄 시점 등에 대한 검토도 더욱 정밀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기화재 감식 기술의 고도화는 화재 원인별 통계의 신뢰도를 높여, 건축물 전기설비와 방화설비 간 연계 기준 마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화 업계는 AI 기반 화재 조사 기술의 확산이 설비 성능 검증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화재 감식에 AI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화재 조사의 객관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평가된다.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이번 기술이 현장에 실제 적용되면 전기화재 원인 규명 체계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출처: 전기신문, 셔터뉴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