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패드·IP카메라 등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스마트 기기의 사이버보안 위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배차호 엔트리연구원 AI·SW보안센터장은 현행 자율 권고 중심의 시험·인증 제도로는 저가·부실 보안 기기의 시장 유통을 막을 수 없다며, 법적 강제성을 갖춘 인증 체계로의 전면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기신문에 따르면, 배 센터장은 “AI 기술과 ICT·IoT 기기의 확대는 안전하고 완벽한 사이버보안 체계 위에서 완성된다”며 “사이버보안은 사고 이후 수습하는 비용보다 사전 예방에 투자하는 가치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해외 제조 기기에서 사용자 승인 없는 외부 원격 조작 백도어가 발견되거나, 해킹을 통해 집안 내부 영상과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보안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트리연구원 AI·SW보안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의 KOLAS(한국인정기구) 시험기관으로 지정받아 의료기기·IoT기기·무선기기에 대한 사이버보안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배 센터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34년간 근무한 뒤 빅데이터 기업을 거쳐 2025년 4월부터 엔트리연구원에서 SW 사이버보안 부서를 조직하고 센터장직을 맡고 있다.

자율 권고 제도의 구조적 한계

전기신문에 따르면, 배 센터장은 현행 사이버보안 시험·인증 제도의 핵심 문제로 법적 강제성 부재를 꼽았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사이버보안 시험 및 인증은 일부 필수 시설이나 공공 납품 품목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기업의 자율이나 사후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강제성이 없다 보니 제조·수입사는 비용과 시간을 이유로 전문 시험기관을 거치지 않고 보안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기기를 시중에 유통시킨다”고 비판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기기 한 대의 보안 허점이 가정 전체의 사생활 유출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사이버 공격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배 센터장은 제조 단계부터 백도어 및 취약점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이버 안보를 확립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시험·인증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과 함께 법적 강제성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선 공유기, 로봇청소기, 월패드, IP카메라 등 스마트 기기가 국민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현실에서 보안 공백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 안보 차원의 위험 요인이 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방화·건축 안전 업계에도 직결되는 과제

이번 논의는 방화셔터·방화문·소방설비 업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건축물 내 방화셔터와 자동폐쇄장치, 비상경보 시스템 등이 IoT 네트워크와 연동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빌딩 환경에서 방화 설비가 네트워크에 연결될 경우, 해당 기기의 사이버보안 취약점은 화재 발생 시 셔터 오작동이나 비상 시스템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 화재안전기준(NFSC)은 방화셔터·방화문의 물리적 성능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나, IoT 연동 기기에 대한 사이버보안 요건은 아직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 소방·방재 설비의 확산에 발맞춰 관련 기준에 사이버보안 요건을 반영하는 방향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배 센터장이 제기한 IoT 기기 보안 인증 강제화 논의가 건축 안전 분야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출처: 전기신문, 셔터뉴스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