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전문건설회관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대한전문건설협회, 국내 상위 19개 종합건설사가 한자리에 모여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했다. 전문건설신문에 따르면 협약식 자체도 전례 없는 자리였지만, 이날의 서명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대형 건설사들의 실질적 변화 때문이다.
건설 원·하도급 관계는 오랫동안 갑을 구조의 전형으로 불려왔다. 하도급대금 지연 지급, 유보금 관행, 부당특약 설정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은 수십 년간 전문건설업계를 옥죄어 온 고질적 문제였다. 하도급법이 수차례 개정되고 제재가 강화됐지만 현장의 관행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고, 원·하도급 간 분쟁은 해마다 반복됐다.
하지만 협약식과 때를 맞춰 대형 건설사에서 상생을 향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주요 종합건설사들이 협력업체와의 실질적 상생을 위한 제도를 현장에서 본격 가동하며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주요 건설사별 상생 프로그램 본격화
GS건설은 고위험 공종 협력사를 대상으로 ‘안전전담자 인건비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준법경영·공정거래질서 확립, 금융지원, 협력사 경쟁력 강화, 수평적 소통 강화를 묶은 ‘Great Partnership Package’를 통해 하도급 대금 지급 10일 이내 처리, 현금결제비율 95% 이상 유지 등도 실천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중동전쟁 등 비상 상황에서 원자재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를 위해 44개 품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시급성이 높은 품목을 우선 지원하는 ‘비상시기 상생파트너십’을 가동하고 있다. 협력사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 시 포상금을 지급하고 안전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해 현장의 안전문화 정착을 유도하는 한편, 내일채움공제 가입 지원과 은행과 공동으로 12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동반성장 펀드를 통해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까지 뒷받침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협력사의 적정이윤 확보를 위해 종합평가 방식 심의 입찰제를 도입하고 시장가 변동을 입찰에 반영하는 제도를 확대 운영 중이다. 올해 2월 중동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협력사를 위해 선제적으로 단가 인상과 자재 지원에 나선 것도 주목된다. 44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ESG 펀드를 조성해 협력사 대출 이자비용을 분담하고, 건설사 최초로 4대 하도급 발급 서면 시스템화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기반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협력사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수렴해 지원 아이템을 선정하는 VOC(Voice of Customer) 기반 상생지원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 전용 셔틀버스 무상 운영, 안전·보건 지원 등 현장 중심의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했다.
방화셔터 업계 수주환경 개선 전망
이번 상생협약과 대형 건설사들의 변화는 방화셔터 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방화셔터는 건축물의 방화구획 설치에 필수적인 전문공종으로, 대부분 전문건설업체가 시공을 담당한다. 그동안 하도급대금 지연 지급과 부당한 계약 조건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방화셔터 업체들에게 이번 협약은 수주환경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GS건설의 하도급 대금 10일 이내 지급과 현금결제비율 95% 이상 유지, 포스코이앤씨의 적정이윤 확보를 위한 종합평가 방식 도입 등은 방화셔터 업계의 경영 안정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원자재 가격 상승 지원책도 철강재를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방화셔터 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 건설사와의 불공정 거래로 인한 자금 압박이 심각했는데, 이번 협약을 통해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진다면 방화셔터 업체들의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협약은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대형 건설사들의 자발적 노력이 결합되면서 건설업계 전반의 상생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전문건설신문, 셔터뉴스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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