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새 기준이 바꿀 것들
정부가 방화문과 자동방화셔터를 하나의 제품으로 인정하는 ‘복합 방화셔터’ 제도를 새로 도입하면서, 대형 상가·복합시설·공장의 설계 방식이 바뀔 분수령을 맞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 세부운영지침’ 개정안에서 방화셔터 품목을 신설하고, 방화문과 자동방화셔터를 결합한 복합 방화셔터의 기준을 새로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공장이전·설비교체 시 불필요한 재시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방화셔터 등 화재안전 자재의 성능과 현장 관리 강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에서 나왔다.
일체형의 퇴장, 복합형의 등장
복합 방화셔터는 안전성 문제로 사실상 퇴출된 ‘일체형 방화셔터’의 대체 개념이다. 일체형 방화셔터는 충격을 받으면 개폐가 어려워지고, 셔터가 내려왔을 때 피난 동선이 차단되는 문제가 제기돼 2022년부터 사용이 금지돼 왔다.
새로 도입되는 복합 방화셔터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방화문 기준과 셔터의 내충격·개폐 성능을 모두 충족하는 조건하에서만 품질인정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핵심 요건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방화문과 자동방화셔터를 하나의 제품으로 인정하되, 피난 가능성을 전제로 한 방화문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내충격·개폐 성능 등 추가 안전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충격 시에도 개폐 기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셋째, 쇼핑센터·대형 복합건축물 등 개방형 공간에서 방화구획과 피난, 공간 활용성을 동시에 고려한 설비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왜 필요했나: 대형 공간의 구조적 딜레마
이 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방화구획과 피난시설을 분리 배치하던 기존 구조의 한계가 자리한다. 현행 기준은 화재 시 셔터가 닫히더라도 재실자가 인접한 방화문을 통해 계단실 등으로 피난할 수 있도록, 피난용 방화문을 별도 설치하도록 요구해 왔다.
그러나 대형 쇼핑몰·복합상가·아트리움 구조에서는 별도의 방화문과 셔터를 동시에 설치할 경우, 동선·시야·공간 활용에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복합 방화셔터는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절충안에 가깝다. 방화문과 셔터를 통합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되, 피난 안전성과 충격·개폐 성능을 명시적으로 요구함으로써 과거 일체형의 구조·성능 문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업계 반응: “기회이자 숙제”
업계에서는 복합 방화셔터 도입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대형 상업시설·복합건축물에서는 공간 활용성과 동선 계획에서 이점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한 제품 안에서 방화문과 셔터의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므로 설계 난이도와 제조 기술 장벽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전 공장 화재 이후 방화구획·피난시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복합 방화셔터가 실제 현장에 도입될 경우 감리·점검 단계에서의 검증 기준과 유지관리 책임 소재를 어떻게 명확히 할 것인지도 향후 논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통합관리 플랫폼까지… 제도의 완결성 갖추나
국토부는 건축자재 통합관리 플랫폼을 도입해, 향후 복합 방화셔터를 포함한 주요 건축자재의 이력과 시공 현황을 실시간에 가깝게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제품 인정에서 현장 관리까지 제도의 완결성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일회성 규제완화냐, 화재안전 설계의 전환점이냐
결국 복합 방화셔터 제도는 방화구획·피난·공간 활용을 동시에 설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도권이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설계사·제조사·감리자·소방당국이 이 제도의 취지를 어떻게 공유하고, 어떤 디테일과 표준을 쌓아가느냐에 따라 복합 방화셔터는 ‘일회성 규제완화’가 될 수도 있고, 국내 화재안전 설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출처: 국토교통부 「국민이 안심하는 건축자재 관리로 바꾼다」 보도자료(2026.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