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보도 이후… 현장이 증명한 ‘결합형 설비’의 필요성

본지는 지난 3월 23일 「건기연, ‘복합방화셔터’ 신설…6월 신청 개시」 기사를 통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복합방화셔터를 건축자재 품질인정 품목으로 최초 신설하고, 6월 20일부터 인정 신청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의 핵심은 제도의 ‘탄생’이었다. 방화문과 자동방화셔터를 하나로 결합한 CDS가 독립 품목으로 인정받게 됐고, KS 5종 시험에 개폐반복 20회까지 요구하는 역대 가장 까다로운 인증 체계가 마련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보도 이후 두 달간 현장에서 쏟아진 사례들은, 이 제도가 왜 시급한지를 더 절박하게 증명하고 있다. 복합방화셔터는 이제 ‘새 품목이 생겼다’는 제도적 뉴스를 넘어, 실제 현장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설비로 부상하고 있다.

‘1m 출입문’의 경고… 개방성과 차단 성능, 양립 불가능한가

헤럴드경제는 2026년 5월 8일과 13일 연속 보도를 통해 서울 대학로 지하 소극장의 피난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폭 1m 안팎의 좁은 출입문, 병목형 계단 구조, 관객 100명 이상이 동시에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에서의 피난 취약성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문이 ‘좁다’는 것이 아니다. 출입부가 평상시에는 충분히 개방돼야 관객 동선이 확보되지만, 화재 시에는 연기와 화염을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상충하는 두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설비로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자동방화셔터는 화재 시 차단 성능은 우수하지만, 평상시 시인성과 공간 활용에 한계가 있다. 방화문은 통행성과 개방감이 좋지만, 대형 개구부를 커버하기엔 물리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대학로 소극장 사례는 바로 이 간극—개방성과 차단 성능 사이의 공백—이 실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복합방화셔터, 왜 ‘지금’ 현장에 필요한가

복합방화셔터는 바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설계된 제품이다. 방화문과 자동방화셔터를 하나의 체계로 결합해, 평상시에는 방화문으로 출입 편의성을 제공하고 화재 시에는 셔터가 전체 개구부를 차단하는 이중 구조를 구현한다.

본지 3월 보도에서 건기연 강성훈 팀장은 복합방화셔터의 시험 순서를 ‘문틀충격→개폐→차연→내화→내충격’으로 설명했다. 이는 단순 내화·차연 성능만 확인하던 기존 체계와는 차원이 다르다. 반복 사용 내구성, 충격 이후 정상 작동 여부, 차연·차염 성능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이 수준의 검증을 통과한 제품이라면, 대학로 소극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출입부에서 ‘평상시 개방–비상시 차단’이라는 상충 요구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대형 판매시설, 복합상업시설, 문화시설, 공공건축물 등 유사한 구조적 고민을 안고 있는 현장은 전국에 수천 곳에 달한다.

6월 20일까지 한 달… ‘제도와 현장의 시간차’가 관건

인정 신청 개시일인 6월 20일까지 약 한 달이 남았다. 제도는 준비됐지만, 현장 적용까지는 넘어야 할 단계가 적지 않다. 인정 신청 후 공장 심사, 성능 시험, 인정 심사를 거쳐 인정서가 발급돼야 비로소 합법적으로 판매·시공이 가능해진다.

본지 3월 보도에서 확인했듯, 인정받지 않은 제품의 판매·시공은 불법이며, 위반 시 건축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그간 유사 구조로 현장에 비공식 설치돼온 결합형 제품들은 더 이상 적법한 지위를 주장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시간이다. 인정 절차에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첫 인정 제품이 현장에 설치되기까지는 올해 하반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에도 대학로 소극장과 같은 취약 현장은 기존 설비의 한계 속에 놓여 있다.

업계의 과제: 속도와 품질, 두 마리 토끼

셔터 제조사들에게는 속도와 품질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주어졌다.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빠른 인정 획득이 필요하지만, KS 5종 시험에 개폐반복 20회까지 요구되는 엄격한 기준을 성급하게 통과하려다 품질을 타협해서는 안 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험비용과 기간, 시제품 개발 부담이 상당하지만, 이 수준의 검증을 통과한 제품이라면 현장 신뢰도는 확실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첫 인정 제품을 내놓는 업체가 복합방화셔터 시장의 기준을 사실상 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본지 3월 보도 당시 설명회에서는 특정 업체가 행정 소송 결과를 오도해 방화문 없는 셔터를 판매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주의가 환기됐다. 제도가 정비된 만큼, 이러한 회색 지대는 빠르게 정리될 전망이다.

현장의 목소리: “제도 만들고 끝이 아니다”

건축 설계사와 소방 엔지니어들은 복합방화셔터의 등장을 반기면서도, 실제 설계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떤 용도의 건축물, 어떤 규모의 개구부에 복합방화셔터를 적용하는 것이 최적인지에 대한 설계 기준이 구체화돼야 현장 확산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유지관리 체계 역시 선결 과제다. 방화문과 셔터가 결합된 만큼 점검 항목과 교체 주기, 고장 시 대응 프로토콜이 기존 단일 설비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설치 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중 구조가 오히려 이중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복합방화셔터의 성패는 ‘신설’이 아니라 ‘현장 안착’에 달려 있다. 대학로 소극장 보도가 던진 질문—’사람이 실제로 빠져나갈 수 있는 출입부인가’—에 대한 답은, 제도 신설로 절반, 현장 적용으로 나머지 절반이 완성된다.

본지는 6월 20일 인정 신청 개시를 기점으로, 첫 인정 제품 등장, 주요 제조사 기술 대응, 현장 적용 사례를 지속 추적·보도할 예정이다.

관련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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