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과 해외 직구를 통해 유통되는 에어컨용 불법 혼합냉매가 실외기 내부에서 자연발화성 물질을 생성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소방청은 9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고 관계 부처와 공동대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에 따르면 문제의 불법 혼합냉매는 구형 에어컨에 사용되는 R-22 냉매 용기에 R-40(클로로메테인, CH₃Cl)을 혼합한 뒤 ‘R-22’로 표기해 판매되는 제품이다. R-22는 오존 파괴 문제로 2023년 이후 생산이 중단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이며, 이 틈을 타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저가 불법 제품이 시중에 퍼지고 있다. R-40은 1920~1930년대 초기 냉매로 쓰였으나 높은 독성과 가연성으로 퇴출됐고,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냉매 용도의 신규 사용이 전면 금지된 물질이다. 육안으로는 정품과 구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더욱 크다.

실외기 알루미늄과 반응, 제3류 위험물 생성

소방청이 과학적으로 규명한 핵심 메커니즘은 R-40이 에어컨 실외기 내부의 알루미늄 부품과 반응해 제3류 위험물인 ‘트리메틸알루미늄(TMA)’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트리메틸알루미늄은 공기 중에 노출되는 즉시 자연발화하는 성질을 지닌 고위험 물질로, 별도의 점화원 없이도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소방청은 이 반응 경로를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불법 혼합냉매가 에어컨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공식화했다.

2025년 이후 관련 화재 급증세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에어컨 냉매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화재는 총 36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2년 1건, 2023년 2건, 2024년 6건, 2025년 13건, 2026년 7월 기준 14건으로 2025년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방청은 지나치게 싼 냉매와 무인증 용기를 주의하고, 에어컨 냉매 충전 시 정식 등록업체를 통해 시공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안은 방화셔터·방화문 등 건물 소방안전 설비를 다루는 업계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에어컨 실외기는 건물 외벽이나 기계실 인근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자연발화 화재가 발생할 경우 방화구획 경계부나 방화셔터 작동 구역에 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실외기가 방화구획 인접부에 설치된 건물에서는 불법 냉매로 인한 화재가 방화셔터 연동 감지기를 조기 작동시키거나, 반대로 구획 내부로 연소가 확산되기 전에 셔터가 하강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건물 관리자와 소방시설 유지관리 업체는 냉매 교체 이력을 포함한 설비 점검 범위를 확대하고, 실외기 주변 방화구획 상태를 함께 점검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소방청은 이번 공동대응을 통해 불법 혼합냉매의 유통 차단과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후속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셔터뉴스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