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업체 겨냥한 발주 미끼 사기 확산

최근 셔터 제작업체를 상대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구매 담당자를 사칭한 뒤 공사 발주를 미끼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자재 대리구매를 유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업계 제보 자료에는 실제 기업 또는 기관의 외형을 흉내 낸 명함과 사업자등록증 사본, 견적 관련 연락 정황이 함께 포함돼 있어 현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대규모 공사 견적을 요청하며 셔터 제작업체에 접근한 뒤, 특정 단가를 맞추면 업체를 선정해주겠다고 말하며 선행 수수료를 요구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실제 공사를 진행할 것처럼 신뢰를 쌓은 뒤 셔터 자재나 소화방수포 등 관련 물품은 물론, 공사와 무관한 품목까지 특정 업체에서 대신 구매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핵심 수법이다. 본지가 확보한 제보에는 견적 예가 제공을 미끼로 심장자동제세동기 대리구매를 요구한 사례도 포함됐다.

경기도·인천 등 전국적 피해 사례 확인

이 같은 수법은 셔터업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0월 23일 경기도종자관리소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이 한 건설업체에 농수로 개선 공사를 거론하며 접근한 뒤, 다른 업체의 자재를 대신 구매해 달라고 속여 총 5,750만 원을 송금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추가 대납 요구 과정에서 피해 업체가 종자관리소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면서 드러났고, 비슷한 유형의 사칭 시도가 3일간 5건 접수돼 경기도가 공식 주의보를 발령했다.

인천에서도 유사한 수법이 확인됐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2025년 5월 7일 송도소방서 직원을 사칭한 인물이 소방서 명함을 이용해 블라인드 업체 3곳에 연락한 뒤, 블라인드 주문과 함께 방화복 대리구매를 요구했다. 이 사건은 업체 관계자들이 실측을 위해 직접 소방서를 방문하면서 허위 발주임이 확인돼 금전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소방청 “연간 1,300건, 100% 사기”

전국적으로도 공공기관·소방기관 사칭 대리구매 사기 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공무원 사칭 물품 대리구매 피해주의보를 내며 공공기관은 민간업체에 대리구매나 개인 계좌 선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방청 역시 소방기관을 사칭해 소화기나 안전용품 구매를 강요하는 사례가 1년간 1,300건에 달했다며, 이러한 구매 요구는 100% 사기로 보고 즉시 의심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정교해지는 문서 위조 수법

사기범들의 위조 기술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제보 자료에는 KEPCO와 HK이노엔 로고가 인쇄된 형태의 명함 이미지, 실제 사업자번호가 기재된 사업자등록증 사본, 안전용품 업체 명의의 명함이 포함돼 있었다. 업계에서는 실재 기관이나 기업의 외형을 차용한 자료를 먼저 제시해 신뢰를 형성한 뒤, 견적 요청 메일과 명함, 사업자등록증을 묶어 보내 의심을 낮추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보 자료(조작된 사업자등록증과 발주서)

업계 구조적 취약성과 예방 수칙

방화셔터·방화문 업계는 제조사 규모가 크지 않고 공공기관이나 대형 현장 납품 기회에 민감해, 예상 밖 대형 발주 제안에 기대 심리가 커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공공기관과 기업은 공식 전자결재와 조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개인 명의 계좌 입금이나 물품 대리구매를 요구하지 않는다. 견적 요청을 받았을 때는 명함의 휴대전화 번호만 믿지 말고 기관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된 대표 번호로 직접 전화해 담당자 재직 여부와 발주 사실을 교차 확인해야 하며, 의심스러운 요청은 즉시 거래를 중단하고 112 또는 해당 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