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의 고층화·대형화가 가속되면서 화재 위험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방화구획은 화재 발생 시 불길과 연기의 확산을 차단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방어선이다. 그런데 한국의 방화구획 기준이 대공간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호서대학교 권영진 교수 연구팀의 한·일 비교 연구를 통해 도출됐다.
한국: 건축법+소방법 이원 체계, 면적 중심 분류
한국에서는 방화구획을 건축법과 소방법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건축물의 용도와 바닥면적에 따라 방화벽, 방화문, 방화바닥 등을 이용해 방화구획을 구성하며, 특정 면적 이상의 건축물에는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공간에서의 연소 확대 방지에 대해서는 용도, 수용 물품, 구조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설계 방법 없이 단순히 면적으로만 분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물류창고, 아트리움, 대형 판매시설 등 공간의 성격이 전혀 다른 대공간 건축물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천장이 20m인 물류창고와 5m인 사무실에 같은 면적 기준의 방화구획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본: ‘특정 공간·특정 부분’ 개념으로 세밀한 접근
일본의 경우 방화구획을 건축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건축물의 용도와 구조에 따라 면적구획이 한국보다 훨씬 세밀하게 이루어져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대공간에서의 연소 확대 방지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일본은 단순히 면적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특정 공간’과 ‘특정 부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특정 공간’은 아트리움이나 대형 로비 등 방화구획이 어려운 대공간을 지칭하며, ‘특정 부분’은 그 대공간에 인접한 구역을 의미한다. 일본 기준에서는 각 부분이 충족해야 하는 조건과 검증방침을 별도로 제시하고 있다. 방화구획을 구성하는 재료뿐 아니라 내부 수용품까지 고려하여, 연소 시 발생하는 열과 연기가 최소화되도록 설계하는 성능적 접근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 면적 기준의 한계 극복해야
연구팀은 한국과 일본의 방화구획 기준을 비교 분석한 결과, 국내 기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공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 면적 기준’을 지목했다. 물류시설, 아트리움, 대형 판매시설 등은 일반 건축물과 화재 확산 패턴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공간의 용도·구조·수용물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연소 확대 방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영진 교수는 “일본의 ‘특정 공간·특정 부분’ 개념은 대공간의 화재 안전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접근”이라며 “본 연구가 국내 대공간 건축물의 연소 확대 방지 기준을 개선하는 데 기술적 참고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