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가격약속(MIP·최저수입가격)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제도 보완 논의가 철강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당초 저가 수입 물량 차단을 위한 보완 장치로 도입된 MIP가 예상과 다른 시장 흐름을 만들어내자, 내년 중반 이후 상황변동 재심사(중간재심) 신청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는 모습이다.

철강금속신문에 따르면 MIP 시행 직후인 2026년 6월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7만6,552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4,615톤 대비 약 16배에 달하는 수치로, 월간 기준으로는 2025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지난해 9월 잠정 덤핑방지관세 시행 이후 사실상 급감세를 이어오던 중국산 열연 수입이 MIP 발효를 계기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MIP 시행 직후 수입 급증…예상 빗나간 시장 흐름

업계에서는 이번 수입 급증의 주된 원인으로 MIP 적용을 기다리던 기존 계약 물량이 한꺼번에 유입된 이른바 ‘밀어내기 효과’를 지목하고 있다. 반덤핑 최종판정 이후 잠정 덤핑방지관세 체제에서 묶여 있던 계약 물량들이 가격약속 발효 시점을 전후해 일시에 통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단순한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MIP 수준 자체가 시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인지를 두고 업계 내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중국산 열연강판의 한국향 수출가격은 최저수입가격 대비 소폭 높은 톤당 570달러대 수준을 형성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과 하역·통관·운송비 등을 반영한 수입원가는 80만 원대 중반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국산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현재 톤당 90만 원대 중반 수준으로, 중국산이 여전히 일정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통상당국 실태 파악 착수…중간재심 제도적 요건 충족 임박

복수의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당국은 최근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업계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격약속 시행 이후 나타난 수입량 및 가격 변화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당국이 시장 모니터링에 직접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향후 제도 보완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세법 및 관련 제도에 따르면, 중간재심 요청은 덤핑방지관세 또는 가격약속의 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조치 종료 6개월 전까지 가능하다. 열연강판 가격약속이 2026년 6월에 발효된 만큼, 제도적으로는 2027년 중반 이후부터 중간재심 신청이 가능해진다. 현행 반덤핑 제도는 조치 시행 이후 시장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한 경우, 이해관계인의 신청을 통해 덤핑방지관세율이나 가격약속 내용을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격약속 수준이 시장 현실과 맞지 않거나 수입 증가로 국내 산업 피해가 지속된다고 판단될 경우 제도 보완을 검토할 수 있는 장치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수입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내년 중반 이후 중간재심 신청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방화셔터·방화문 업계,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에 촉각

열연강판은 방화셔터, 방화문, 방화창호 등 건축 안전 자재의 핵심 원자재다. 방화셔터 슬랫과 방화문 도어 패널 등 주요 부품의 소재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만큼, 열연강판 가격 동향은 방화 자재 제조업계의 원가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유통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경우, 방화 자재 업계 입장에서는 원자재 조달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MIP 제도 보완이나 중간재심을 통해 반덤핑 조치가 강화될 경우, 수입산 저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조업체들은 원가 부담 증가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공공 건축물 방화 설비 납품 단가가 고정된 장기 계약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자체가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MIP 제도 변화 추이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덤핑 조치의 실효성 논란이 장기화될수록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방화 자재 제조업체들이 원자재 조달처 다변화와 재고 관리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철강금속신문에 따르면 당초 MIP는 중국산 등 수입산 저가 물량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보완 장치로 설계됐으나, 시행 직후 예상과 다른 수입 흐름이 나타나면서 제도 보완 여부가 새로운 논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반덤핑 최종판정으로 저가 수입이 상당 부분 억제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중국산 물량이 다시 증가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반덤핑 이후 대응 방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내년 중반 이후 중간재심 신청 요건이 충족되는 시점까지 수입 동향과 가격 변화가 어떤 흐름을 보이느냐가 향후 제도 보완 논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출처: 철강금속신문, 셔터뉴스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