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2024년 7월~2025년 6월을 대상 기간으로 진행한 한국산 도금강판 제9차 반덤핑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특별시장상황(PMS·Particular Market Situation) 조항을 근거로 국내 철강사의 원가를 자체 기준에 따라 재산정했다. 그 결과 동국씨엠과 KG스틸의 덤핑마진이 이전 재심 대비 20%포인트 내외로 치솟으면서 원가 산정 방법론의 적절성을 둘러싼 업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PMS 적용 배경과 원가 산정 논란
철강금속신문 보도를 토대로 살펴보면, 미국 상무부는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이 한국 내 열연강판 시장 가격을 교란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PMS 조항 적용을 결정했다. PMS는 수출국 시장에 비정상적 요인이 개입해 통상적 방식으로는 원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미국 상무부가 인정할 경우, 실제 거래 원가 대신 독자적으로 산출한 대체 원가를 덤핑마진 계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 조항이 발동되면 해당 기업이 실제로 지출한 생산비용은 판정 기준에서 배제된다.
핵심 쟁점은 중국 공급 과잉이 국제 가격에 파급되는 거시적 현상을 근거로 삼아 한국 개별 기업의 실제 비용 구조를 부정하는 방식이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국제 시장의 가격 흐름과 특정 기업의 실제 생산비용은 별개로 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생산 공정의 차이도 쟁점으로 부각된다. 국내 도금강판 제조사 가운데 일부는 외부 시장에서 열연강판을 조달해 도금 공정만 수행하는 반면, 일관제철 방식으로 운영되는 업체는 철광석·원료탄 단계부터 열연강판을 자체 생산한 뒤 도금 처리까지 일괄 진행한다. 원재료 조달 경로와 공정 구조가 판이하게 다른 업체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가격 왜곡 논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동국씨엠·KG스틸 개별 판정, 덤핑마진 급등
판정 수치는 논란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미국 상무부가 올해 5월 확정한 제8차 반덤핑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현대제철·동국씨엠·KG스틸 모두 덤핑마진 0%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제9차 예비판정에서는 동국씨엠 19.43%, KG스틸 23.40%로 수치가 수직 상승했다. 두 업체 모두 이번 재심에서 개별 조사 대상으로 지정돼 독립적인 덤핑마진 산출 절차를 밟았으며, 그 결과가 각각의 관세율로 확정됐다.
개별 조사 대상에서 빠진 현대제철·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세아씨엠·세아제강에는 20.58%의 가중평균마진이 일괄 부과됐다. 결국 개별 조사 대상 두 업체의 판정치가 나머지 국내 철강사들의 관세율 수준을 사실상 결정짓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제8차 재심에서 0%였던 관세율이 제9차 예비판정에서 개별 조사 여부를 불문하고 20% 전후로 뛰어오른 것은, 원가 산정 방식의 선택이 판정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화셔터·방화문 업계 원가 구조에도 파장
이번 반덤핑 관세 산정 논란의 파장은 방화셔터·방화문 업계로도 번질 가능성이 크다. 도금강판은 방화셔터 슬랫과 방화문 패널 제작에 투입되는 핵심 소재로, 국내 관련 제조사들은 동국씨엠·KG스틸·포스코 등 국내 주요 철강사로부터 이를 조달해 완제품을 생산한다.
고율 반덤핑 관세가 최종 확정되면 국내 철강사들의 대미 수출 여력이 줄어들고, 내수 시장에서 공급 과잉 또는 가격 조정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철강사들이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국내 판매가격을 올릴 경우, 방화셔터·방화문 제조사들이 짊어지는 원가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건설 경기 부진으로 신규 수주가 감소한 현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까지 겹친다면 중소 제조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이번 판정은 예비 단계에 머물러 있어 최종판정에서 관세율이 추가로 조정될 여지가 남아 있다. 국내 철강사들이 PMS 적용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적 절차에 돌입할 경우 결과가 바뀔 수 있는 만큼, 방화셔터·방화문 업계도 최종판정 추이를 긴밀하게 추적해야 하는 상황이다.
PMS 적용과 원가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 재심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향후 재심에서도 동일한 방법론이 반복 채택된다면 한국산 도금강판의 미국 시장 경쟁력은 구조적으로 잠식될 수 있으며, 그 여파는 국내 도금강판 수급 체계와 가격 질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방화셔터·방화문 업계로서는 원자재 조달 전략을 재설계하고 원가 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출처: 철강금속신문, 셔터뉴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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