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가리지 않고 ‘안전’ 한목소리… 4개 상임위 의원 총집결
5월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권영진(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간사)·김주영(더불어민주당,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간사)·김형동·복기왕 등 여야 의원 4명이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에는 내화채움구조협회, 대한방화문협회, 대한셔터협회, 한국발포폴리에틸렌보온재공업협동조합,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한국외단열건축협회, 한국판넬협회,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 등 건축자재 분야 8개 핵심 단체가 공동 주관으로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김주영 의원은 개회사에서 1993년 태국 케이드 인형공장 화재로 188명이 사망하고 469명이 부상한 해외 참사부터 최근 대전 안전공업 화재까지를 언급하며 “지은 지 오래된 노후 샌드위치 패널이 밀집한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연소가 확대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국 산업단지의 가연성 패널 전수조사와 불연·난연 자재 전면 교체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김영동 의원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하지만 화재·폭발 중대재해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라고 지적하며, 토론회에서 나온 학계·산업계의 목소리를 법안 심사의 핵심 지침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권영진 의원은 “단순한 학술 논의가 아니라 현행 제도의 맹점을 파악해 현장의 시공 문화와 안전 불감증을 뜯어고치는 실천적 장”이라고 규정했다.
5대 분야 전문가 발제… 규제·구조·환경·독성·디지털 총망라
발제는 총 5개 주제로 진행됐다. 권인구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실화재센터장이 ‘국가별 규제 차이로 본 화재안전 기준과 산업시장 구조 변화’를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서, 국내 샌드위치 패널 시장이 약 2조 원 규모이며 2021년 건축법 강화 이후 시장의 80% 이상이 준불연 이상의 고성능 단열재로 재편됐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이경구 한국강구조학회 부회장(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포렌식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화재 시 소방수 흡수에 따른 하중 폭증과 고온 노출로 인한 강재 강도 저하가 결합하면 “건물 전체가 연쇄 붕괴하는 데 단 2~3초에 불과하다”는 충격적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사장은 그라스울 패널 업계의 시험성적서 편법 유통 실태를 폭로하며, “수평 배열로 시험성적서를 받아놓고 실제 제조 시에는 수직으로 세워 넣어 단열 성능이 최소 30% 이상 급격히 저하된다”고 고발했다.
허윤종 NCT솔루션 대표(미국 실리콘밸리 환경재난 전문가)는 화성 아리셀 참사 사망자 대부분이 불화수소(HF) 등 독성가스 흡입으로 즉사했다는 점을 환기하며, 미국의 해즈맷(HAZMAT) 체계와 한국 소방의 제독 시스템 공백을 비교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안재홍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20년간 종이 문서로 운영되어 온 품질관리서 제도를 대체할 ‘건축자재 통합 관리 플랫폼’의 개발 완료를 보고하고,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현재 국회 상임위에서 심의 중이라고 밝혔다.
종합토론 ‘화약고’… 지하주차장 불연화 법안 놓고 격돌
박진철 전 대한건축학회장이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지하 주차장 천장 단열재 불연 의무화’ 법안을 둘러싸고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정성수 국토교통부 건축안전과장은 “정부의 규제는 ‘무기질=선, 유기질=악’이라는 이분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시행령 단계에서 시장 현실을 반영해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권용범 전 한국판넬협회 이사장은 “국산 준불연 스티로폼과 우레탄은 영국 BS 8414, ISO 13784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며 “그라스울이 ‘불연재’라는 단어 하나로 실물 화재 시험을 면제받는 것은 거대한 특혜”라고 반박했다.
임상진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 이사는 정량 데이터로 문제를 부각시켰다. 그라스울 적용 시 단열재 두께가 100mm에서 195mm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1㎡당 무게가 3.6kg에서 9.6kg으로 2.7배 증가하며, 자재비는 최소 60%에서 최대 130%까지 인상된다는 것이다. 그는 “국토부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250억 원 규모의 국책 R&D를 진행 중인데, 연구 결과도 나오기 전에 특정 자재만 강제하는 것은 행정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권영진 의원, ‘복합 시스템 시공’ 허용하는 시행령 보완 약속
토론의 마무리는 권영진 의원의 교차 청문이 장식했다. 권 의원은 정성수 과장에게 “불연이라는 법적 용어 정의상 유기질 자재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준불연’으로 분류되어 주차장 천장에서 실질적으로 전면 퇴출당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정 과장은 “의원님 지적대로 상위법에 ‘불연’으로 대못을 박으면 준불연 유기 자재는 배제된다”고 인정했다.
이에 권 의원은 “수년간 수억의 연구비를 투자해 온 국내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가 한순간에 고사하고 그라스울 업계만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되는 입법적 사각지대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의 권한으로 시행령에 ‘방화상 지장이 없는 복합 시스템 시공’ 조항을 삽입하도록 조율하겠다고 선언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토론회는 산업현장 화재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여야 구분 없이 한자리에 모인 정치권과, 생존을 건 기술 경쟁 속에서 공정한 규제를 요구하는 업계의 절박한 목소리가 교차한 자리였다. 토론회에서 도출된 정책 대안들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